인식의 싸움 94. 지피지기 백전불태. [Battle of Perception 94. The Art of War ]

“그래서 나는 몇 달 간 너희들이 제공해 준 국내외 시장 보고서를 검토해봤지만, 마땅한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어. 왜인지 알아? 그건 브랜드가 M&C였기 때문이야. M&C의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콘셉트도 한정되어 있다는 거야. 사실 아주 마음에 드는 게 있는데 말이야.” “어머~! 그게 뭔데요?”허진희가 궁금하다는 듯이 자리를 더욱 바짝 당겨 앉았다.   신팀장은 슬쩍 뜸을 들이다가 해외시장 보고서의 한 부분을 펼쳐 보여줬다. 그곳에는 아주 짧은 단신으로 지금 일본에서는 전문 여드름 화장품 시장이 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여드름 화장품이야.”“여드름이요?”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동시에 두 입에서 한 소리를 자아냈다.   “응. 자~ 여기 우리나라 기초화장품 시장 동향을 보면….”  신팀장은 팀원들이 수집해준 자료를 근간으로 해서 만든 국내 기초화장품 시장에서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간단한 맵을 노트북에 띄어 보여줬다.   “국내 기초화장품 시장은 이미 기능성 화장품 시대라 할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각 사에서 안티링클과 미백제품들이 엄청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 그런데 이런 제품들은 제품개발도 어렵지만 기능성 허가 받는 데만도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준비도 안된 우리가 당장 진입하기에는 너무 늦었단 말이야. 게다가 주요 고객이 젊은 층인 M&C에서 안티링클은 콘셉트적으로도 잘 어울리지가 않아. 미백은 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니?” 신팀장의 동의를 구하는 질문에 두 사람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   “자~ 그럼 우린 어디로 가야 할까? 전략이란 바로 이런 거야.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현재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고 난 다음에, 앞으로 우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을 정하는 거란 말이지. 손자병법 하면 떠오르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있잖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신팀장은 말을 끊고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백전백승(百戰百勝)~!”  “그러게…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러나 그건 잘못된 말이야.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이란 말이 없어.”  “네? 그게 없다고요?”   “그래 대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이 있지.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란 뜻이야. 흔히들 백전백승(百戰百勝)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야. 손자병법을 자세히 보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의 싸움에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고 해. 그리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는 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잘못 알고 아무렇게나 인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 그랬군요. 그 동안 진짜 전혀 몰랐어요.”박대리는 자신도 여지 것 잘못된 표현을 써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손자병법의 지형편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지피지기 승내불태(知彼知己 勝乃不殆), 지천지지(知天知地) 승내가전(勝乃可全)’이다. 즉, 적과 나를 알면 승리하는데 위태롭지 않고, 거기에 더해서 천시와 지리까지 안다면 온전한 승리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야.  이 말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하냐 하면, 바로 지리와 천시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환경을 분석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통제가능 하거나 불가능한 요인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거든. 그래야 드디어 온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전쟁터로 싸움을 옮길 수 있는 거야. 한 마디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라는 화두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거지.”    “팀장님, 엄청 고민 많으셨나 봐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허진희는 팀장의 자리가 저리도 힘든 것이란 걸 새삼 느끼는 것만 같았다. – 계 속 – —————– So I reviewed the domestic and international market reports you provided over the past few months, but I couldn’t find a suitable idea. Do you know why? It’s because the brand is M&C. M&C has such a strong brand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3. 제품수명주기. [Battle of Perception 93. Product Life Cycle ]

“팀장님, 뭐하세요?” 깊은 고뇌에 빠져 해외 시장 자료를 들여다 보고 있던 신팀장에게 허진희가 찾아왔다.   “응? 그냥…. 해외 자료 보고 있었어. 뭔 일 있니?”“아니, 뭐~ 그냥 팀장님이 그리 심각하게 계시면 겁부터 나서요. 또 무슨 일을 벌이시려고 그러는 건 아닌가 해서요. 작년엔 진짜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제 M&C도 잘 되고 있으니, 이제 제발 M&C를 벗어나는 다른 일 좀 벌이시지 말아주세요. 그런 일을 또 다시 하라고 하면 그때처럼 또 할 수 있을까 모를 지경이에요.”   “아~! 그런가? 그래… 맞아~!! Out of box, 나는 틀 밖으로 나와야만 했어. 고마워, 진희씨. 얼른 박대리 좀 찾아봐. 회의 좀 하자~”  그 동안 신팀장이 담당했던 M&C 마케팅팀은 회사의 조직개편에 의해 여러 팀으로 나뉘어져서, 신팀장은 현재 허진희와 대리로 진급한 박성준과 조촐하게 M&C의 기초팀을 이끌고 있었다. 허진희가 담당했던 색조 부분은 원래 색조 전문가였던 미용연구팀의 정대리가 과장으로 진급하며 새로 팀을 구성하여 이끌고 있는데, 허진희는 색조팀이 아닌 신팀장이 있는 기초팀에 남는 것으로 선택을 하였다.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 앞에서 신팀장은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내가 그 동안 했던 고민은 우리회사의 중장기적인 미래의 모습이었어. 지금 당장 M&C가 잘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어디까지나 남의 브랜드이고, 나중에 언제든지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노력해서 만든 브랜드를 남에게 빼앗기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잖아. 물론 그런 꼴은 안 당해야겠지만…”  “아니, 팀장님 M&C를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해요? 지금 엄청 잘 팔리고 있는데요.”  박대리가 걱정도 팔자라는 식으로 말했다. “나도 알아. 그래도 사업을 시작했으면 향후 5년을 준비해야지. 이제 M&C는 이끼가 끼지 않는 굴러가는 바위가 되었어. 처음 굴리기는 힘들어도 구르는 돌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탄력을 받아 잘 굴러간다고. 문제는 지금의 국제금융위기 상황처럼 어떤 돌부리 같은 것이 툭 튀어 나와 멈추게 할까 봐 걱정인 거지.” “팀장님,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다들 소비자 지갑이 꽁꽁 얼어 붙어 있다고 하여도, 우리 M&C는 잘만 팔리고 있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박대리가 또 신팀장의 말을 가로막자, 신팀장은 약간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아~ 글쎄… 나도 안다고~! 박대리, 너는 여기 진희씨처럼 일단 그 놈의 입 좀 가만이 닫고 있어 봐.”   신팀장의 한 소리에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그는 포물선 모양의 그래프를 그리며 제품수명주기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모든 브랜드는 사람처럼 수명이 있어. 이를 PLC, 즉 Product Life cycle이라고 하잖아. 이건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이렇게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가 있는데, 우리 M&C는 이제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그러나 성장기 때 새롭게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돼. 성숙기에 들어서 뒤늦게 이거 큰 일 났구나 하고 준비했다가는 새로운 콘셉트와 디자인, 제품개발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땐 이미 늦는단 말이야. 그게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어려워진 이유인 걸 모르겠니?” 박대리가 겸연쩍게 작은 소리로 ‘네’하고 대답을 하자, 신팀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 계 속 – ———– “Team Leader, what are you doing?”While deeply immersed in analyzing overseas market data, Team Leader Shin was approached by Heo Jin-hee.“Huh? Oh… I was just going over some international data. Is something up?” “No, not really~ It’s just that when you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2. TV CF 광고 (5). [Battle of Perception 92. TV Commercial Advertisement (5) ]

그 후로 1년이 지난 2008년 가을… 파리의 세느강 넘어 멀리 에펠탑이 지나가고, 강변 가에 줄지어 있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느리게 물결 따라 흘러갔다. M&C 론칭의 성공으로 금년 초에 남들보다 빠르게 과장으로 진급한 신팀장은 시끌한 유람선 내에서 빠져 나와, 노을지는 세느 강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M&C 브랜드를 출시한지 1주년을 맞아 우수 브랜드숍 점주들과 영업사원들 100명을 데리고 파리로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1. TV CF 광고 (4). [Battle of Perception 91. TV Commercial Advertisement (4) ]

경쟁 PT를 진행하는 바람에 봄 신색상 출시에 맞춰 방영되기는 어렵겠지만, 기존 화장품 광고의 일반적인 틀을 깨고 싶은 바램으로 신팀장은 시간에 연연해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일 개월 후에 그는 광고 대행사 세 곳으로부터 광고 방향 및 전략에 대해 민이사와 함께 PT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광고 대행사 하나를 선정하였지만, 그 동안 함께 했던 대행사가 아닌 새로운 회사였다.    그 후 신팀장 일행은 선정된 광고 대행사 AE와 크리에티브(Creative) 책임자 및 직원들과 함께 광고 안에 대해 수 차례에 걸쳐 회의를 한 끝에 드디어 완성된 세가지 안을 받아 볼 수가 있었다.    “화장품으로서는 좀 파격적이긴 하지만 3안으로 밀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매우 임팩트 있는 광고가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대행사 크리에티브 이사가 자신 있게 세 가지 안 중에서 3안을 밀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신팀장이 원하는 것이 3안 같은 것임을 눈치 채고 1, 2안에서 무난한 안을 가져가고 3안에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너무 리스크하지 않겠나? 화장품 광고 모델이 카멜레온이라는 게…, 영 꺼림칙 해. 이쁘지도 않고 보기에도 징그럽구먼.” 민이사가 말했다. “이런 역발상이 바로 코어 타겟인 젊은 여성들에게 오히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그리고 카멜레온은 직접 촬영하지 않고 CG로 좀 더 귀엽게 처리할 것이니 그럴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 광고 대행사 이사가 대답하였다.    “이사님 제 생각에는 저희가 다른 경쟁사 보다 광고를 많이 틀 예산적 여유가 없으니 좀 더 파격적인 충격요법으로 3안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팀장이 대행사 이사를 거들었다. “신팀장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의견이 더 중요하지. 허진희씨, 지금 당장 나가서 최근 입사한 2년 차 이하 대졸 여직원들 있으면 다 들어오라고 해봐. 어디 직접 의견을 들어 보자고. 그새 우리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집시다.”     민이사의 말에 10여분간 쉬는 동안 허진희가 10명의 여직원을 데리고 오자 회의는 다시 시작되었다. 세 가지 광고 시안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대해 여직원들은 선호하는 안을 선택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3안에 7명이 손을 들었다. 그녀들의 공통된 의견은 남과 다른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결국 민이사도 이에 승복하며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좋습니다. 최종적으로 3안으로 갑시다. 어디까지나 M&C는 처음부터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으니, 어디 계속 한번 가봅시다. 신팀장은 대행사와 같이 마무리해서 좋은 광고를 만들기 바라고, 특히 카멜레온 CG는 신팀장이 직접 수시로 확인하며 혐오스럽지 않게 나올 수 있도록 하기 바라네. 이상.” “네. 이사님. 진행하면서 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국내 최초로 카멜레온이 모델인 화장품 광고가 방영되어, 변신 천재 카멜레온도 이기지 못하는 파리에서 온 감각천재 M&C화장품의 탄생을 전국 방방곡곡에 알렸다. TV CF가 나가자 반응들은 제 각각 다르고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하게 갈라지는 등 말도 많았지만, 그 만큼 광고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긍정적인 현상이었으며, 좋든 싫든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은 신선하고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이 이미 의도된 바였기 때문에, 신팀장은 나쁜 반응에도 개의치 않았다. 단지 충분한 예산이 있어서 더 많이 방영되었다면 사회적으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뿐이었다.– 계 속 –  * 카멜레온이 나오는 마리끌레르 광고. PC 용 : http://www.adic.co.kr/gate/video/show.hjsp?id=W1336965&type=T  모바일용 : http://www.adic.or.kr/mobile/ad/category/tv/info.mjsp?ukey=1336965&oid= —————- Due to the competitive pitch process, it became difficult to air the commercial in time for the spring launch of the new color line. However, as the marketing team leader Shin wished to break away from the conventional framework of traditional cosmetics advertising, he chose not to be constrained by the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0. TV CF 광고 (3) AD Brief. [Battle of Perception 90. TV Commercial Advertisement (3) AD Brief.]

[ M&C 화장품 AD Brief ]1. Reason for the brief.   – 지금까지 진행 현황 설명.   – 작년 9월 M&C 화장품 론칭 후 성공적인 시장 정착 및 매출 증가.   – 화장품으로써의 M&C 인지도 향상을 위해 유명 패션잡지에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진행 했음.   – 지속적으로 잡지광고를 유지할 것이지만, 브랜드 광고보다는 히트상품 육성을 위해 특화된 품목 광고로 전환이 필요 함.   – 경쟁상황 증가 : 저가 브랜드숍들이 이미지 광고를 하며 중가대로 오고 있으며, 향후 고급화된 이미지의 브랜드숍들이 계속 증가하리라 예상 됨.   – M&C화장품의 지속적인 성장세 유지 및 M/S 확대를 위한 TV광고 필요. 2. Aims & Goal of the advertising(광고가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 및 목적)    – 이미 잘 알려진 의류와 잡지가 아닌 화장품으로써의 M&C 브랜드 인지도 향상.   – 외국 브랜드로써 소비자의 거부감 해소 및 소비자 Mind Share 확대.   – M&C 화장품만의 프랑스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통일되고 일관성 있는 이미지. 3. Brand Positioning & Target Consumer : BPS(Brand Positioning Statement) 참조. 4. Big Idea : Brand Benefit을 표현하는데 있어, 경쟁자와 비교해서 쉽고 단순하며 독특해야 하는 크리에티브한 아이디어.    – 모델 : 국내 유명 모델 기용은 식상하며 예산 내에 어려우므로, 외국인(프랑스) 모델 또는 참신한 국내 신인 모델을 발굴하거나 아예 모델 없이 광고하는 안.   – 금년 봄 신제품 출시 계획인 색조 샤이닝 라인(Shining Line)을 집중 광고하여, 새로운 경향의 메이크업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트렌드 리더(New Trend Lead) 이미지를 부각하는 안. 5. Advertising Property : 광고에서 브랜드를 즉시 연상되게 하거나 동일시 되게 하는 어떤 요소로써, Symbol / Sign / Gesture / Character / words / music 등을 발굴해야 함. 6. Tone & Manner : 감각적, 이국적, 독특함, Simple & Mordern, 기존의 화장품 광고와는 다른 느낌. 7. Budget Strength : 일년 30억원(제작비, 모델비 포함) 8. Timing : 일 개월 후 광고 전략에 대한 프로포절을 제시 바라며, 이 때 자세한 온 에어(On Air) 일정 및 계획을 포함 하기 바람. (계속) —————– [ M&C Cosmetics Advertising Brief ] A proposal outlining the advertising strategy is expected within one month, and should include a detailed on-air schedule and media plan. Reason for the Brief Explanation of current progress. Since the launch of M&C Cosmetics in … Read more

인식의 싸움 89. TV CF 광고 (2). [Battle of Perception 89. TV Commercial Advertisement (2)]

“그나저나 우리 내년에 TV광고 해야 하지 않나요?” 박성준이 말했다.“응. 그래야지. 이미 사업계획에도 예산이 잡혀 있잖아?”술을 한 잔 마시고 안주를 한 입 넣은 채 신팀장은 새삼스레 질문하는 박성준에게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니, 난 모델이 궁금해서요. 모델 누구 쓸 건 가요? 지난 번 뽑은 대학생 애들은 계속 안 쓸 거죠? 난 그 애들이 좀 별로에요. 아참, 김대리님은 TV … Read more

인식의 싸움 88. TV CF 광고 (1). [Battle of Perception 88. TV Commercial Advertisement (1)]

뷰티박스는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져야 하고 생산하기도 번거롭고 힘들었었지만, 확실히 신규 거래선에 고객을 유인하는데 효과적인 아이디어였다. 특히 온라인 이벤트나 잡지광고를 보고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뷰티박스를 보고 사진을 찍어 올리다가 한 무더기의 사은품들을 보고 혹해서 충동구매를 하기 일쑤였지만, 막상 구매를 하고 집으로 가져왔어도 이쁜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 그리고 푸짐한 구성품들이 마음에 들어 매우 긍정적인 후기들을 계속 올려주었다. … Read more

인식의 싸움 87. 박성준의 합류. [Battle of Perception 87. Park Sung-joon’s Inclusion]

하지만 13개 매장이 오픈되고, 1차 300개 제품의 론칭이 되었다고 일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몇 달 안 남은 올해 안에 매장을 30개 오픈해야 하며, 매장의 지역적 특성이나 판매 노하우에 따라 각기 원하는 제품들이 추가로 더 필요했다. 지금 당장은 뷰티박스 패키지에 담긴 가을 색상 색조제품과 파리감성의 베이직 기초라인과 함께 마스크 시트가 주력으로 … Read more

인식의 싸움 86. 조윤희의 사직과 이별. [Battle of Perception 86. Jo Yoon-hee’s Resignation and Farewell]

다음 날 아침, 머쓱해 하는 신팀장과는 달리 조윤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았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도 조윤희는 오히려 평상시와 달리 수다스러울 정도로 조잘거렸다. 신팀장은 그때만 해도 그녀의 마음 속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미쳐 알지 못하고 단지 어색한 분위기를 피할 수가 있어 다행스럽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그 동안 인테리어가 진행되었던 직영점 3개점과 대리점 10개점이 동시에 오픈하면서 뷰티박스를 비롯한 300개 제품이 론칭되고 성공적인 반응이 미쳐 다 들어오기도 전에 그녀는 끝내 사표를 내었다. 신팀장은 그녀를 강하게 잡으며 사표 수리를 하려고 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막무가내로 회사를 아예 나오지 않아 버렸다. 결국 신팀장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집 근처 카페에서 그녀를 만날 수가 있었다.    세련된 파리지엔느가 아닌 생얼굴의 초췌해진 조윤희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그의 맞은 편에 휑하니 앉아 있었다. 신팀장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지만 간신히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좋아 보이지 않네. 마음 고생이 심했나 봐.”  “네…” 신팀장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간단히 대답을 하였다.  “우리 서로 노력해서 다시 시작하자. 우린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팀워크를 자랑해 왔잖아?”  “아뇨… 팀장님. 그렇게 다시 사업개발팀 때처럼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아요.”    “윤희씨… 제발…!!”     “저, 선도 보고 결혼도 하려고요. 그래서 가능한 빨리 팀장님을 잊으려 해요. 팀장님 곁에 있을 수록 마음만 더 아픈 것 같아요. 일도 잘 안되고요. 팀장님도 제가 있어봤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에요. 중요한 이 때에 저 때문에 일을 망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냥 이젠 일도 하지 않고 팀장님도 다 잊고, 그냥 누구라도 절 위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 만나 그분이랑 결혼해서 주부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윤희씨~! 그런 말이 어디 있어? 결혼이 어디 소꼽장난인가?”  “저 괜찮아요. 이렇게 무책임하게 일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해요. 그냥 이렇게 저를 보내 주세요. 부탁이에요.”     신팀장은 그녀를 차마 더 이상 잡을 수가 없었다. 다 자기가 우유부단해서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 후회하며, 할 수 없이 그녀를 이젠 떠나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때만 해도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아니면 특별히 더 끌리는 직원에 대한 호감 정도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라도 일단 그녀를 보내고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윤희씨,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제발 그 아무에게나 시집간다는 말은 하지 좀 말고…. 내게 시간을 좀 줘. 지금 나도 윤희씨에 대한 감정을 잘 모르겠고, 그 무엇보다도 지금 내겐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아. 그리고 잘 알다시피 윤희씨의 공백을 한 시라도 비울 수가 없는 일이니, 사표는 처리해 줄게. 일단 쉬면서 나를 좀 기다려 줘. 응?”     힘겹게 조윤희를 달래고 회사로 돌아 온 신팀장은 조윤희의 사표에 싸인을 하고 민이사에게 가져갔다. 그는 사직 사유를 그 동안 사귀었던 사람과 갑자기 결혼하게 되었는데, 남편 될 사람이 직장생활을 반대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둘러댔다. 민이사는 유능한 인재를 놓친 것에 대해 아쉬워 하는 한편, 조윤희의 무책임한 행동에 한바탕 소란을 피웠지만, 마침내 사표는 수리되어 인사팀에 넘겨지면서 모든 것이 일단락되었다. – 계 속 – ———— The next morning, unlike Team Leader Shin who was feeling awkward, Jo Yoon-hee acted as if nothing had happened, carrying herself naturally. To him, everything felt like a midsummer night’s dream. Even on the drive back up to Seoul, Yoon-hee was unusually talkative, chattering away far more than usual. At … Read more

인식의 싸움 85. 조윤희의 짝사랑. [Battle of Perception 85. Jo Yoon-hee’s One-side Love]

생산부장은 이제 좀 숙달이 되었으니 오늘은 이 정도로 하면 됐다고 하며, 이제 신팀장이 없어도 알아서 마저 완료할 수 있다고 하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그제서야 신팀장과 조윤희는 간신이 포장라인에서 벗어나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자리를 옮길 수가 있었다. 마케팅에서 팀장이 직접 내려와서 일을 도와주고 회식도 같이 하는 점이 이례적인 일이라, 생산부 및 R&D 직원들이 고맙다며 계속 술잔을 권하는 바람에 신팀장과 조윤희는 금방 많이 취해 버렸다.    일차를 마치자 신팀장은 생산부 직원에게 조윤희를 이미 예약한 근처 모텔로 안내하도록 부탁하고, 다시 몇몇 사람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며 맥주를 더 마셨다. 그 후 더 마시자고 붙잡는 R&D 김대리를 내일 운전해서 올라가야 한다며 간신히 떼어내고, 모텔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11시가 넘어 있었다.   신팀장은 지친 몸에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쓰러졌다. 참으로 길고도 피곤했던 하루였다. 그 나마 2차부터는 노래만 부르고 술을 마시지 않아서 술이 다 깬 것만 같아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을 즈음, 밖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조윤희였다.   “팀장님, 들어 오셨어요?”  “응. 늦었는데 웬 일이야? 아직 안 잤어?”   “아,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깼어요. 깨보니 낯 선 곳이라 좀 무서웠는데, 옆 방에 팀장님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려서 나왔어요. 많이 드셨어요?”“아냐~. 김대리가 자꾸 더 먹자는 걸, 그랬다간 내일 아침부터 음주운전할 것 같아 좀 자제 했지 그랬더니 이젠 아예 말똥말똥 하네.”   “맥주 한잔 더 하시겠어요?”“그래? 우리 나가서 걸으며 신선한 공기라도 마시고, 어디 호프집이라도 한번 찾아 가볼까?”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지만 공장이 워낙 외진 곳에 있고 이미 시간이 꽤 늦어서 별도로 맥주 한잔 할 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곳의 밤은 8월 말, 늦 여름의 기승도 모르는지 약간 서늘한 감마저 돌았다.  조윤희가 자연스럽게 신팀장에게 팔짱을 끼며 다가왔다. 그녀의 손길과 팔뚝에 닿는 물컹한 느낌에 신팀장의 가슴이 갑자기 쿵광쿵광 뛰어 올랐다. 그의 심장소리를 그녀가 들을까 봐 노심초사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마침 슈퍼마켓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기 슈퍼마켓이 있네. 우리 그냥 맥주 몇 병 사서 들어가면 어떨까?”   신팀장은 조심스레 팔짱을 풀며 조윤희를 뒤로 두고 성큼성큼 먼저 앞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슈퍼마켓에서 맥주 세 병과 마른 안주를 하나 사서 다시 모텔로 향했다.    조윤희의 방에 들어와 맥주를 몇 잔 마신 두 사람은 외진 시골 모텔에서 한 방에 같이 있다는 어색함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신팀장은 결심했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윤희씨, 날 너무 좋아하지마. 자칫 잘못해서 난 윤희씨와 같이 유능한 직원을 잃고 싶지 않아.”  “알아요. 하지만 자꾸 마음이 가는 걸 어떡해요? 그리고 사실 저도 알고 있어요. 팀장님도 속으론 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요. 팀장님의 눈길, 말투 하나하나를 보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걸요.”  “윤희씨~! 그렇지 않아!”    신팀장은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애써 부인하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마음도 점점 조윤희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일부러 그녀의 눈을 외면하고 애꿎은 맥주만 계속 들이켜댔다.    그리고 한 순간 방안 가득히 풍기는 그녀의 채취에 숨이 막히는 듯 큰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탐하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성지순례자의 끝없는 고난의 발걸음 마냥, 길고도 집요한 입맞춤의 갈구와 같았다. 그의 탐구는 입술에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거쳐 귓 볼에 와서는 거칠게 뜨거운 숨을 내뿜었다. 그때 그녀가 갑자기 날카로운 탄성을 토해내자,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드며 뭔가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깨우쳤다. 그는 가뿐 숨을 내뿜으며 한동안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꼭 안고 나서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나는 그만 내방으로 가야겠어.”   신팀장은 뛰는 가슴을 겨우 참으며 그녀의 방에서 뛰쳐 나왔다. 그의 등 뒤로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그때 그는 알 수가 없었다. – 계  속 – ————— The production manager, now somewhat proficient, said that they had done enough for the day and that they could finish the rest on their own even without Team Leader Shin, expressing his gratitude. Only then could Team Leader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