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싸움 98. 여드름화장품 (4). [Battle of Perception 98. Acne skincare (4) ]
“일단 상무님이 반대하시더라도, 난 이 프로젝트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좀 더 우리가 조사 분석하고, 어떻게 약사법의 규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서 다시 상무님께 제안해 보면 좋겠어.” “하지만 팀장님, 우린 너무 바빠요. 상무님이 반대 하시면 인원 증원도 없을 것이잖아요.” 허진희가 앞으로 또 고생문이 훤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 그건, 내가 다시 풀어볼게. 몇 일 전에 신입사원 한 명을 받기로 했어. 올 해 M&C 계획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허락 받았거든. 토익이 900점이 넘고 서울대 출신이라는데…. 휴~ 그런 친구가 우리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할지도 모르겠고, 도움이 될지 짐이 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니, 그냥 좀 경력자로 받으면 안될까요? 영업지원부 김우진 같은 친구면 좋을텐데…. 팀장님, 지금 우리 팀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요.” “박대리, 그렇잖아도 내가 상무님께 말을 안 한 게 아냐. 근데 영업 출신은 더 이상 절대로 안 받으시겠단다. 내가 영업 출신인 것도 못 마땅해하고 계신데 말이야. 지금 갑자기 매출이 커지는 바람에 다른 팀들도 사람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그러다 그나마 신입사원 한 명이라도 못 받을지 모르니, 줄 때 그냥 받는 게 장땡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단 진희씨는 신입사원과 같이 M&C 기초라인을 계속 맡아서 해주고, 박대리가 나랑 같이 여드름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자.” “아니, 팀장님~. 저도 남성용 제품도 해야 합니다. 한가한 게 아니라고요.” “박대리~, 아니 성준아~ 네가 좀 도와주라~” 신팀장이 호칭을 떼고 오랜만에 성준이라 이름을 부르자, 박대리도 갑자기 뭐라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만 3년을 동고동락하며 지내왔던 신팀장이었기에, 이 점에서는 그도 더 이상 거역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네… 알겠다고요. 참 내~ 항상 나만 동네 북이야…” “그리고 이전 TFT 멤버들을 모아서 비공식적으로 함께 회의 한번 하자. 내가 한턱 쏜다고 하고… 알았지?” 그 후로도 신팀장은 여러 아이디어를 내서 여드름 화장품 출시 안을 민상무에게 올렸으나, 민상무의 고집을 깰 수가 없었다. 여드름 피부를 가진 소비자의 가장 큰 고민은 피지, 즉 피부의 기름기이다. 그런 기름기가 남들보다 과하게 분비되면 피지가 피부 노폐물과 함께 모공을 막게 되어, 나중에는 세균이 번식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여드름이기 때문에, 여드름 화장품의 출시 적기는 늦어도 5월부터 여름시즌 더위를 겨냥해야 하지만, 민상무의 반대로 이는 물 건너간 일이 되어 버렸다. 신팀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그 해 초에 갔던 일본출장에서 여드름 화장품에 딱 맞는 디자인과 용기 콘셉트도 찾아왔고, 품목 라인도 모두 결정했으며, 심지어는 약사법을 피해 표현할 아이디어도 찾아놨지만, 민상무의 허락 없이는 제품개발에 착수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만 허비하며 이젠 포기해야 하나 하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때마침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던 유명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와의 산학협동이라는 안이 회사에 제시되었다. 신팀장은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여드름 화장품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법적으로 기업이 광고할 수 없다면, 대학연구의 성과로 풀어 나가면서 홍보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젠 여드름 화장품의 치유효과라는 논리적 근거를 대학병원의 임상을 통해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교수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가 바로 여드름이었기 때문에 일은 더욱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신팀장의 안은 무려 6개월 만에 허락을 받게 되었다. – 계 속 – ————— “Even if Executive Min is against it, I still believe we must go forward with this project. Let’s dig deeper into the research and analysis, and come up with ideas on how to work around the Pharmaceutical Affairs Act regulations before presenting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