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싸움 47. 마케팅 팀장이 되다 (4) TFT 구성 [Battle of Perception 47. Becoming a Marketing Team Leader (4) TFT(Task Force Team) ]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회사 창사 이래 대리가 팀장이 된 적도 없었지만, 마케팅 경험이 부족한 신대리를 중요한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고 즉흥적인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이사는 마케팅 전문가인 자신이 뒤에서 직접 봐줄 테니까 그런 걱정일랑 하지들 말라며 그들의 말을 일축하고, 결국 신대리를 마케팅 M&C 팀장으로 인사발령 내도록 했다. 신대리는, 아니 신팀장은 이팀장 자리 바로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6. 마케팅 팀장이 되다 (3) 신제품 개발 일정 [Battle of Perception 46. Becoming a Marketing Team Leader (3) NPD Process Timeline ]

“이사님, 품의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M&C는 단순히 브랜드만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숍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라서 제품도 300품목을 개발해야 하고, 제품뿐만 아니라 매장의 컨셉과 인테리어 디자인, 매장 운영 메뉴얼 등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해야 합니다. 벌써 12월도 반이나 지나갔고, 연말연시에 설날 연휴까지 끼면 9개월 내로 1호점을 오픈하는 건 진짜 불가능합니다.” “신대리, 앞으로 내게 불가능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게.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5. 마케팅 팀장이 되다 (2) 지연된 품의서 [Battle of Perception 45. Becoming a Marketing Team Leader (2) The Delayed Proposal]

며칠이 지나도록 신대리가 올리기로 했던 품의서는 도무지 민이사 책상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민이사는 급한 마음에 다시 신대리를 찾았다.“품의서 올리기로 한지가 언젠데 왜 이렇게 늦지?”“네, 그게, 바로 그날 결재를 올렸는데…, 이팀장께서 아직 검토 중인가 봅니다.”“올리라고 했으면 바로 내게 올려야지 왜 그걸 밑에서 그리 오래 점검하나? 그러면 내가 검토할 시간이 자꾸 손해보지 않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4. 마케팅 팀장이 되다 (1) [Battle of Perception 44. Becoming a Marketing Team Leader (1)]

며칠 후, 신대리는 민이사의 부름에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방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그 짧은 한마디 속에도 변함없는 민이사의 활기와 자신감을 느낀 신대리는 더욱 기가 죽는 것만 같았다.“찾으셨습니까?”문가에서 쭈삣거리는 신대리를 보고 민이사는 말했다.“어! 신대리, 어서 와. 이리 와서 앉지 그래?” 신대리는 민이사 책상 앞 회의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문 앞에서 의자에 앉기까지의 극히 짧은 시간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신대리의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3. 마케팅 정글 속으로 (6) 만천과해 [Battle of Perception 43. Into The Marketing Jungle (6)]

“네, 이사님, 저 그게…, 마케팅부 신대리입니다.”  “어? 근데 오늘 왜 참석 안 했지? 저리 가서 함께 하지 그래?”  “아닙니다. 일이 있어서 오늘은 좀…, 다음에 뵙겠습니다.”       신대리는 얼른 계산을 마치고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어쩌지를 못하며 도망 나온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얼떨결에 따라 나온 김대리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 참에 민이사님이랑 같이 한잔 하며, 얼굴 도장도 확실하게 찍지 왜 도망 나와요?”  “그러게, 김대리. 나도 잘 모르겠네. 내가 이팀장 때문에 점점 바보가 되가나 보다.”  김대리는 뭐라고 한말 더하려다 신대리의 표정을 보고는 하고 싶었던 말을 참고 말했다.  “그럼, 어디 다른데 가서 한잔 더할까요?”  “아냐, 오늘은 그만 집에 갈래. 내일 보자.”       신대리의 심각한 표정에 김대리도 알았다는 듯이 그를 더 이상 잡지 않고 발길을 돌리려다 다시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신대리님, 지난 번 제게 말씀 하신 것 있죠? 거~ 외~, 만천과해(瞞天過海)란 말이요. 저는 신대리님 했던 그 말이 꽤 인상 깊어서 인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만천과해~! 꼭 잊지 마세요. 오늘은 이만 들어가 쉬시고, 내일 다시 예전의 대리님 모습으로 만나길 바랄게요.”          그 말을 남기고 떠나는 김대리를 멍하게 바라보며, 신대리는 만천과해란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천자)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이 말은 당태종이 요동을 정벌하러 출전을 했을 때, 황제가 물이 두려워 바다를 건너려고 하지 않자, 장수인 설인귀가 배에 장막을 치고 연회를 베풀어서 천자인 당태종도 모르게 바다를 건넜다는 말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다른 사람을 자연스럽게 속여서 큰 일을 도모한다는 의미였다.         신대리는 한 달 전 김대리에게 그의 입장이 꼭 만천과해 같다고 하며 그 의미를 이야기 해준 적이 있었다.   “만천과해요?” 김대리의 질문에 신대리는 삼국지에 나오는 일화를 이야기 해주었다   “응. 당태종에서 유래된 이 말은 36계 중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 전략인데,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 장군 태사자(太史慈)가 아주 기묘하게 활용한 사례가 있어.”  “저도 삼국지는 읽어 봤지만 태사자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워낙 사람들이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유비 쪽의 인물만 잘 기억해서 그렇지 태사자도 매우 훌륭한 장군이야. 그는 특히 백발백중의 활쏘기로도 유명했지만, 전략에도 뛰어난 출중한 장군이었지.”        “그래서요? 태사자가 만천과해를 어떻게 했다는거죠?”  “태사자가 적군에 포위되어 성에 갇혀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는 매일 아침마다 성에서 나와 적이 보는 앞에서 유유히 활 쏘는 연습을 하고는 다시 성안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되풀이했어. 처음에는 이를 경계하던 적군의 정찰병들도 매일 되풀이되는 태사자의 모습에 나중에는 무심하고 안일하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성에서 활을 들고 나온 태사자는 갑자기 잽싸게 말을 타고 달려 적진을 홀연히 빠져 나가 버렸다는 거야.”        “그러니까, 적을 안심시켜 결국 의도하는 것을 해냈다는 말이군요?”  “바로 그 말이야. 이거 박성준이랑 얘기했을 때 보다 말이 금방 통해 좋네. 지금 나도 김대리랑 이렇게 자주 외근을 다니며 이팀장 눈에 띄지 않게 그를 안심시키며 제품개발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꼭 태사자 같다는 거지. 그러다 언젠가는 나도 태사자처럼 성을 빠져나갈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신대리는 만천과해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잊고 있었던 자신의 다짐을 새롭게 떠올리며, 오늘 어처구니 없는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매우 참담하였다. 자기도 모르게 이팀장이 사육하는 서커스 코끼리마냥 점점 패배자처럼 익숙해져 가고 있는 자신이 스스로도 한심스러웠다. 곧 있으면 새해가 다가 오겠지만, 그에게 새로운 한 해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오늘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몹시도 춥고 길게만 느껴지는 밤이었다. – 계 속 – ———– “Yes, Director, I… uh… I’m Assistant Manager Shin from the Marketing Department.”“Oh? But why didn’t you attend today? Why don’t you come over and join us?”“No, I have work to do today… I’ll see you next time.” Assistant Manager Shin hurriedly settled the bill and dashed out as if fleeing from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2. 마케팅 정글 속으로 (5) [Battle of Perception 42. Into The Marketing Jungle (5)]

마케팅부 내에서도 세 개의 팀과 디자인팀, 홍보팀, 소비자상담팀의 업무보고와 개인면담이 마치 회오리 몰아치듯 급박하게 진행되었지만, 신대리는 그 어디에도 속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치 이 조직에 있지만 없는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팀장은 신대리가 끼어들기 전에 민이사와의 끈을 확실하게 잡는 것이야말로 지난 번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1. 마케팅 정글 속으로 (4) [Battle of Perception 41. Into The Marketing Jungle (4)]

신대리는 포장개발팀 김대리의 도움으로 전반적인 신제품 개발과정과 절차에 대해 알 수는 있었으나, 주로 포장재 개발에 치우치다 보니 역시 BM의 도움 없이는 일이 여전히 힘들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소했던 포장재에 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만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그 동안 플라스틱은 다 똑 같은 플라스틱인 줄만 알았는데,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0. 마케팅 정글 속으로 (3) [Battle of Perception 40. Into The Marketing Jungle (3)]

김대리는 장시간 동안 아미앙떼의 개발 사례를 들며, 개발 과정에 있었던 얘기를 하였다. 김대리가 얘기하는 중간에 김대리 담당 업무가 아닌 부분은 친절하게도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며 보완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주변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는 걸맞지 않게 얘기가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되어서 그런지, 아마도 다른 손님들이 그들을 주의 깊게 봤다면, 신대리 쪽 좌석만 마치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을 … Read more

인식의 싸움 39. 마케팅 정글 속으로 (2) [Battle of Perception 39. Into The Marketing Jungle (2)]

평소 감자탕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신대리는 뒷 골목 감자탕집을 항상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지, 문을 열고 들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랴부랴 서둘러 나왔지만,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좁은 감자탕집은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신대리는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가 없어서, 들어서자 마자 누군가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면서 일부러 사람을 찾는다는 듯이 크게 두리번거렸다. 바로 그 때 기둥 옆 모퉁이에서 … Read more

인식의 싸움 38. 마케팅 정글 속으로 (1) [Battle of Perception 38. Into The Marketing Jungle (1)]

신대리는 이팀장을 대면하고 36계에 나오는 소리장도(笑裏藏刀)가 생각났다. 즉 이팀장은 가슴에 비수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상냥하게 상대방을 대하는 것만 같아 보였다. 아예 이팀장이 회사의 대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얼굴 보며 일하게 됐지만, 그 동안 너 때문에 힘들었고 난 지금도 네가 싫다는 등의 솔직한 마음을 보였다면 오히려 이팀장을 대하기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