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이 문제구만… 그래서, 견적이 얼마인데?”
“이 것이 세 곳의 견적서입니다. 한 곳은 중국회사고 두 곳은 한국회사인데, 해보겠다는 삼보장식이 한국인 사장이라서 믿을 만 합니다. 다행히 다른 두 곳에 비해 견적도 큰 차이가 없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미 보셔서 알겠지만 워낙 바닥부터 천장까지 다 해야 하는 대공사라서 인테리어 견적이 6십만위엔이고, 사무가구 및 주방, 냉난방시스템 등이 2십만위엔으로 총 8십만위엔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일단 기본 비용이고 중국에서는 인테리어 하다 보면 자꾸 부족한 게 발견되어 아마도 1백만위엔 정도는 예상해야 될 것이라 합니다.”
“1백만위엔이면 한국 돈으로 1억8천만원이나 되는데 너무 비싼 것 아닌가? 게다가 중국인데 말이야…”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곳이 더 이상 없습니다. 그때까지 일정을 맞추려면 지금 당장 해야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상무님.”
지난 달 한국법인 사무실을 역삼역 인근에 얻어 인테리어 및 사무집기 비용으로만 3억원 정도를 썼는데, 또 다시 2억원 상당의 돈이 인테리어 비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나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 일을 크게 벌리는 것 아닌가 걱정부터 앞섰다.
한국에서 나는 작게 시작해서 점점 크게 넓혀가자는 뜻으로 민대표에게 사무실도 너무 크고 임대료도 비싼 역삼동을 벗어나 가산디지털 단지에서 벤쳐처럼 시작하자고 제안했었지만, 대기업 부사장까지 역임하였던 민대표는 사무실이 좋아야 그 만큼 사업도 잘되는 것이라 주장하며, 강남 노른자위 땅 비싼 역삼동에 큰 사무실을 얻어서 거액의 인테리어로 새로 치장하여 입주하였다. 그 결과 한국 사무실은 5명의 임직원이 반에 반도 못쓰며 매월 2천만 원이라는 임대료를 낭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또 중국에선 10명도 안 되는 직원들과 4층짜리 건물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법인은 한국법인과 입장이 달랐다. 본격적인 사업은 바로 이곳 중국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한국법인은 중국법인을 지원해 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곧 이 4층 건물에 우리 직원들이 바글바글 가득 찰 것을 분명하게 예상할 수가 있었다.
“그래 그리 진행하자. 일단 나도 삼보장식 사장을 한 번 만나보고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는 게 없는지 의논해 봐야겠다. 그럼 인테리어 디자인은 어떤가? 도면은?”
“네, 여기 있습니다. 이쪽이 1층이고요, 정문 현관이 이렇습니다.” 송차장은 1층부터 4층까지 인테리어 3D 디자인과 함께 도면을 펼쳐 보이며 내게 자세히 설명하였다.
“가만, 3층 대강당이 좀 이상한데?” 나는 도면을 보다가 강당의 구조가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그의 말을 끊었다.
“강당이 이렇게 세로로 길쭉하면 맨 뒤에 앉은 사람들이 강단이 제대로 보이겠나?”
“상무님, 그건요… 4층 중간을 가로지르는 기둥들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이 기둥들이 시야를 가를 것 같아서 강당 밖으로 빼도록 했습니다.”
“그건 아니지. 송차장, 사람들이 기둥을 피해 앉을 수는 있지만 강단과 너무 멀면 교육의 집중도 안되고 앞에서 강의 하는 사람도 힘들어. 우리는 교육이 매우 중요한 사업인데, 이건 도면을 다시 그려야겠어. 흠… 그럼 내가 모레 삼보사장을 만나서 가로로 넓게 수정하는 안에 대해 논의 해볼게.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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