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매우 바쁜 건 알지만, 7월 첫째 주 즈음에 경주에서 대리점 사장들을 모시고 사업설명회를 하려고 하는데, 자네는 꼭 참석해야겠어. 그 때 제품 교육과 마케팅 전략도 함께 설명해 주면 좋겠는데…. 괜찮겠는가?”
“네? 아…, 제가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는 상황이라 바로 대답을 드리기가 곤란한데요.”
“아니야!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야. 마케팅 팀장이 빠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네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도록 할테니 무조건 참석해야 해. 적절한 시간을 영업지원팀장에게 알려주게.”
최상무는 매우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신팀장은 어머니가 걱정되기도 하고 제품 개발에 모델선발대회까지 겹쳐 도대체 일초의 시간도 아쉬울 판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몇 개월간 질질 끌었던 매장 인테리어를 확정하고, 300개 제품을 어떻게 디스플레이 할지도 결정해야 할 때였다.
다행히 최근에 주얼리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VMD(Visual Merchandiser) 경험이 풍부한 우수한 직원을 뽑은 바가 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지만, 화장품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이었기 때문에 당장은 그가 함께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문득 다 떨쳐버리고 지금 당장 어디론가 멀리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신팀장. 내가 보기에 자네도 너무 지쳐있어. 이 참에 경주에 가서 머리도 식히고 몸도 추스러 보게나. 경주에서 제일 큰 특급호텔이니 하루 강의하고 다음 날 하루 남들 관광할 때 푹 쉰다는 생각으로 따라 오게.”
“네, 알겠습니다. 민이사님께 보고 드리고, 일정을 통보 드리겠습니다.”
민이사의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을 보고 민이사가 신팀장이 영업과 함께 경주에 간다는 것이 무척 못마땅해 한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민이사는 한 동안 말이 없다가 이내 짜증 섞인 말투로 말을 꺼냈다.
“신팀장! 지금 얼마나 바쁜데 3일씩이나 자리를 비워도 되는 것인가?”
“네, 바쁘긴 해도 새로운 점장들에게 제품 방향을 설명도 하고 앞으로의 비젼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 나도 알아. 당연히 해야지. 하지만 그건 제품 론칭 후에 해도 되는 일이란 말이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일단 영업에서 지들끼리 하라고 그래!”
“이사님, 아직 제품도 출시하기 전에 우리 회사에 오겠다고 하며, 다른 회사 제품 매입을 정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기다리다 지쳐 떨어져 나가면 안 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죠. 이럴 때 마케팅 팀장인 제가 직접 참석하여 그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그들에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상무께서도 꼭 와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제 생각에도 분명 이번에는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알아! 나도 최상무 전화 받았어. 에이…, 자넨 말이야 다 좋은데, 너무 영업적이고 영업이랑 너무 가까워서 문제야. 그래서 영업 출신들은 마케팅 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민이사는 신팀장이 그 동안 영업과 너무 가깝게 어울려 다니고 영업 편에 서서 일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가 그 동안 쌓인 속내를 드러냈다.
“이사님, 마케팅 4P에서 유통도 마케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이사님께 배웠습니다. 그런 것이 아닌지요?”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모델 선발대회가 막바지인데다가, 새로운 매장 디자인은 어떡할 건가? 그런데도 자리를 비워도 되냐 하는 말이야! 그리고 한창 용기 견본들이 나오고 있는 신제품 진행사항도 다 일일이 컨펌해줘야 하지 않나?”
신팀장의 말 대꾸에 민이사의 짜증은 점점 화로 변하며 언성이 더 높아졌다.
“네. 일에 차질이 없도록 팀원들과 대행사와 업무정리하고 다녀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다녀 오게.”
민이사는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고 고개를 확 돌려 신팀장을 외면하며 말을 맺었다. 민이사의 방에서 나오며 신팀장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민이사와 최상무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으며, 두 사람은 마치 고부 간의 갈등처럼 신팀장을 사이에 두고 상대방을 비난하며 한심하고 답답하게 여겼다.
최상무는 화장품 시장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마케팅을 한다며 현실과 안 맞게 뜬 구름만 잡으며 잘난 척만 한다고 민이사를 비난하였고, 민이사는 영업은 유통을 확보하여 마케팅 전략에 따라 매장에 제품만 제대로 유통하면 되는데 뭘 안답시고 마케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냐며 최상무를 비난하였다.
문제는 신팀장이 영업 출신이다 보니, 영업상황을 잘 모르는 민이사를 위해 영업적인 상황을 이해시켜주기 위해 말한 것들이 발단이 되어 민이사는 신팀장이 자꾸만 최상무의 편에 서서 자신에게 대응한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사실 민이사는 5년동안 화장품 회사를 떠나 다국적 기업인 생활용품 회사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에 대해서는 현실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신팀장은 그런 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인데, 생활용품적인 마케팅 로직으로 꽉 차있던 민이사에겐 오히려 불신의 발단이 된 것이었다.
어느 날 영업 조직과 유통계획에 대해서 얘기가 오갔을 때였다. 민이사는 영업은 제품을 제대로 깔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고, 결국 판매는 영업이 아니라 마케팅이 광고와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 신팀장은 그런 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
“이사님, 화장품 시장은 생활용품과 다릅니다. 생활용품은 소품종 대량 생산 품목으로써 제품이 복잡하지 않고 경쟁 브랜드도 많지도 않으며, 단일품목별 개별 브랜드가 따로 되어 있어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이라는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유통과 가격질서 속에서 소비자가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보고 직접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따라서 이사님 말씀처럼 마케팅에서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영업은 유통을 확장해서 제품을 잘 입점시키고 좋은 매대에 진열시킨 후 온팩(On-Pack), 인팩(In-Pack) 등의 판촉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 중요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화장품은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으로 수백 개의 회사가 수 천 개의 브랜드와 수 만개의 품목을 가지고 경쟁하는 혼란스러운 시장입니다. 게다가 유통도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가격질서도 무질서해서, 매장 판매사원의 교육을 통해 우리 제품을 충분히 숙지시켜야 하고, 유통마다 다른 가격 및 각종 장려금과 프로모션 등으로 매장 판매원이 우리 브랜드를 권장판매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영업이 단순이 유통채널에 제품을 배치시키는 것을 넘어 판매원의 교육과 정책적인 접근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신팀장은 그 동안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준 민이사였기 때문에 스스럼 없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며 진심으로 민이사를 깨우쳐 주려고 얘기한 것이었지만, 민이사의 안색이 싸늘하게 식으며 그의 작은 눈이 뱀처럼 반짝이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그 날 이후로 민이사는 신팀장이 너무 영업적이라 마케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최상무 밑에 있었던 사람이라 아직도 최상무 편이 아닌가 하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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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here’s the thing… I know you’re extremely busy, but we’re planning to hold a business briefing session for our franchise store owners in Gyeongju around the first week of July, and you must attend. It would be great if you could also provide product training and explain the marketing strategy at that time… Would that be okay?”
“What? Ah… I’m in a situation where I can’t be away for too long, so it’s difficult to give you an immediate answer.”
“No, this is a very important event. The marketing team leader’s absence is out of the question. I’ll adjust the schedule to fit your availability, so you must attend. Let the sales support team leader know your available time.”
Senior Executive Director Choi spoke firmly.
Shin Team Leader was deeply worried about his mother, and with product development and the model selection contest overlapping, he felt as if every second was precious. On top of that, it was time to finalize the store interior design, which had been dragging on for months, and decide how to display 300 different products.
Fortunately, they had recently hired an outstanding employee with extensive VMD (Visual Merchandiser) experience from a jewelry franchise store, so that was one less concern. However, since the new hire had no experience in cosmetics, Shin Team Leader had to work closely with him for the time being. He suddenly felt an overwhelming urge to drop everything and escape somewhere far away.
“Shin Team Leader, I can see that you’re completely exhausted. This is a good opportunity for you to clear your mind and recover. It’s the largest luxury hotel in Gyeongju. Just think of it as giving a one-day lecture and then taking a full day off to rest while others go sightseeing.”
“Yes, I understand. I’ll report to Director Min and inform you of the schedule.”
Director Min’s deeply furrowed brow made it clear that he was very displeased with Shin Team Leader going to Gyeongju along with the sales team. After a moment of silence, he finally spoke in a tone laced with frustration.
“Shin Team Leader! Do you think you can afford to be away for three days when we’re this busy?”
“Yes, we’re very busy, but I believe this is also an extremely important task. We need to explain the product direction to the new store owners and present them with our vision for the future.”
“I know. Of course, it’s important. But that’s something that can be done after the product launch. Right now is not the time for this. Just let the sales team handle it on their own!”
“Director, these are people who have already decided to join us even before the product launch. They’re in the process of discontinuing purchases from other companies to transition to ours. If they grow tired of waiting and drop out now, it would be a significant loss. This is a critical moment, and my direct participation as the marketing team leader would reinforce their trust in us. That’s why Senior Executive Director Choi also emphasized the necessity of my attendance, and I firmly believe I need to be there this time.”
“I know! Senior Executive Director Choi called me, too. Ugh… Look, you’re great at what you do, but you’re too sales-oriented. That’s the problem. This is exactly why I didn’t want someone with a sales background to handle marketing.”
Director Min, who had long been dissatisfied with how closely Shin Team Leader worked with the sales team and how often he took their side, finally let out his pent-up frustration.
“Director, I learned from you that distribution is also a part of marketing within the 4Ps of marketing. Isn’t that correct?”
“It’s not about that. The model selection contest is in its final stages, and what about the new store designs? Do you think it’s okay to be away at a time like this? Moreover, the prototypes for the new products are coming in, and you need to personally approve each one!”
As Shin’s response continued, Director Min’s frustration turned into anger, and his voice grew louder.
“Yes, I will coordinate with my team and the agency to ensure there are no disruptions. Please don’t worry.”
“Fine. Just go.”
Director Min turned his head away sharply, refusing to say anything more. As Shin left the office, he let out a deep sigh. The more things progressed, the worse the relationship between Director Min and Vice President Choi became. The two were practically at odds like in-law conflicts, using Shin as the intermediary to criticize and belittle the other.
Vice President Choi accused Min of being someone who didn’t understand the cosmetics market, claiming he was just chasing unrealistic ideas and acting pretentious. On the other hand, Min complained that sales should focus solely on securing distribution channels and simply ensuring the products reach stores, rather than meddling in marketing strategies.
The problem was that since Shin came from a sales background, he often tried to help Min understand the sales environment. However, this effort backfired, as Min began to suspect that Shin was siding with Choi against him. In reality, Min had worked for a multinational consumer goods company for five years after leaving the cosmetics industry, so he lacked a clear understanding of the rapidly changing cosmetics market. Shin had simply been trying to fill that gap, but Min, with his rigid mindset shaped by consumer goods marketing logic, saw it as a sign of distrust instead.
One day, during a discussion about the sales structure and distribution plans, Min asserted that sales only needed to ensure proper product placement, and that it was ultimately marketing’s role to communicate directly with consumers through advertisements and promotions. At that moment, Shin had voiced his opinion candidly but ended up facing a difficult situation.
“Director, the cosmetics market is different from the consumer goods market. Consumer goods involve mass production of a limited number of products. These products are relatively simple, there aren’t as many competing brands, and each product typically operates as an independent brand. As a result, consumers can easily recognize them through advertisements, even without much explanation. Furthermore, the distribution channels are stable and fixed, mainly through large supermarkets and hypermarkets, where products are displayed in an orderly manner, allowing consumers to make direct selections based on what they see.
In this context, your point makes sense—marketing should focus on brand recognition through advertisements, while sales should expand distribution channels, ensuring product placement and prominent shelving positions. On-pack and in-pack promotions can then be used to attract consumers.
However, the cosmetics industry operates on a different model. It consists of numerous companies, each with hundreds or even thousands of brands and tens of thousands of product variations, making it an extremely competitive and chaotic market. The distribution channels are highly diverse, and there is little pricing regulation. This means that training store sales associates to thoroughly understand our products is crucial. Additionally, due to the varied pricing structures, incentives, and promotions across different channels, it is essential to implement policies that encourage store associates to actively recommend our brand to customers. In other words, sales cannot simply focus on placing products in distribution channels—it must also incorporate a strategic approach to training and engaging sales personnel to ensure effective product recommendations.”
Shin had spoken openly, believing that Min, who had always supported him, would appreciate his perspective. He had sincerely wanted to help Min understand the nuances of the industry. However, he failed to notice the moment when Min’s expression turned cold, his small eyes glinting like those of a snake.
From that day on, Min started to believe that Shin was too sales-oriented, resistant to embracing pure marketing strategies, and still aligned with Vice President Choi, who had previously been his superior. This misunderstanding led Min to develop a growing sense of mistrust toward Shin.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