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중국이야기 3. 갑작스런 중국 근무 (3) [A Bang and Clatter Story in China 3. An Unexpected China Assignment (3)]

칭다오 공항에는 송차장이 마중 나왔다. 남자인데도 대학 때 의상학과를 나왔으나 패션 디자이너보다는 마케팅이 좋아 미국에서 뒤늦게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38세의 나이에 걸맞지 안은 동안과 마른 체격에 어울리는 세련된 옷차림으로 몇 년은 더 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회사를 설립하고 대부분의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과는 달리, 그는 다른 계열사 출신의 한 식구로서 작년 회사설립 전부터 신사업추진팀에서 지금까지 나와 … Read more

우당탕탕 중국이야기 2. 갑작스런 중국 근무 (2) [A Bang and Clatter Story in China 2. An Unexpected China Assignment (2)]

한 곳은 한국에서 한방과학 화장품인 희란(喜蘭)이란 브랜드를 출시하여 사업하고 있는 곳으로, 제품의 컨셉과 품질이 좋았으며 중국 위생허가도 받은 품목들이 있어 빠르게 중국에 도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미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화장품 TFT에서 인수절차를 진행 중이었으며, 다른 한 곳은 나의 수정된 사업계획 안에 따라 화장품 사업을 맨 땅에 헤딩하듯 할 수 없다고 하여, 중국에서 이미 5년 … Read more

우당탕탕 중국이야기 1. 갑작스런 중국 근무 (1) [A Bang and Clatter Story in China 1. An Unexpected China Assignment (1)]

이른 아침부터 혼잡한 인천공항 검색대를 간신히 빠져나온 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남은 한 시간을 뭐할까 생각하다, 모처럼 면세점이나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에 가까운 면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한 순간 수많은 면세점들이 즐비한 공항 한 복판에서 나는 어디로 먼저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며 길 한복판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 때였다. 갑자기 휴대폰 벨이 이른 아침에도 왁자지껄한 공항 안을 가득 채우듯이 … Read more

인식의 싸움 104. 대단원 : 이일대로(以逸待勞) [Battle of Perception 104. The Grand Finale: To await the weary while remaining at ease.]

M&C와 에이솔루션을 론칭하며 급성장한 그는 젊은 나이답게 소신있고 강직한 처신으로 정치적 갈등 속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의 초고속 승진과 성공은 남들에게 부러움도 산 것만큼 시기와 질투도 받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굽히지 않는 바른 원칙주의와 뜨거운 열정은 때론 천방지축 날뛰는 건방진 녀석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오너의 자녀들의 눈에도 그는 그리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어리게는 대리부터 부장까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은 황태자이고 공주마마였다. 나이 든 임원들조차도 그들에겐 한번 양보하며 넘어가는 판이었지만, 젊은 신팀장에겐 오너의 아들과 딸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는 그들에게 양보도 타협도 하지 않았다. 오직 일로서 성공하여 인정 받으려고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쌓여 그는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오너 일가에게 그리 좋지 않은 사람으로 보여지게 되었다. 일개 팀장이었던 그의 성공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성공의 결과는 모두 경영진들과 오너가 누리는 잔치였을 뿐이다. 뒤늦게 이를 눈치챈 그는 온 정열을 불살렀던 바로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민상무 또한 비록 그에게 기회를 주고 키워준 사람이었지만, 그는 민상무와 평생을 같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새 신팀장이 만든 두 브랜드의 성공은 모두 민상무의 작품이 되었고, 그는 모든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하며 스스로를 포장하였다. 심지어는 크게 반대했던 에이솔루션의 성공 조차도 모든 것이 민상무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고, 그는 민상무가 일을 하도록 지시한 그저 일 잘하는 한 명의 팀장일 뿐이었다.     그는 떠날 때가 언제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영업과 마케팅으로 무장한 그는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을 한 번 돌아보고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세계금융위기에도 끄떡하지 않는 중국이란 거대한 대륙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꿈꿔보기로 하였다.     36계에는 이일대로(以逸待勞)라는 전략이 나온다. ‘일(逸)’이란 여유 있는 상태이며 ‘노(勞)’란 피로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적군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수비에 임하여 적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기다린다는 것이 하늘에 운을 맡기고 무작정 기다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에게 공격의 틈을 주지 않으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적극적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여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도 없는 급변하는 환란의 시대. 신팀장은 스스로를 이일대로(以逸待勞)하여 진정한 적인, 지칠 대로 지친 자기 자신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를 단단히 재정비하러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1년 후인 2010년, 엄청나게 달라질 중국이란 세상에서 미래와 조우할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끝 – 지금까지 소설 ‘인식의 싸움’을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fter launching M&C and A-Solution and achieving rapid growth, he, young as he was, had to endure political strife due to his principled and upright conduct. His meteoric rise and success inevitably drew not only admiration but also jealousy and resentment from others. His uncompromising adherence to principles and burning passion sometimes … Read more

인식의 싸움 103. 사직서 제출 [Battle of Perception 103. Submission of a resignation letter]

그러고 1년 후 인천국제공항. 저녁 시간에도 공항은 수많은 여행객으로 엄청나게 혼잡하였다. 회사를 그만 두고 중국 칭다오로 떠나는 신팀장의 옆엔 조윤희가 함께 있었다.  1년 6개월 전, M&C 브랜드가 크게 성공하여 프랑스로 단체여행을 떠나기 전, 신팀장은 이 모든 성공의 밑거름에 조윤희가 있었음을 뒤늦게 깨닳게 되었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 날에 조윤희를 찾아갔다. 다행히 그녀는 다른 남자와 선을 보지 않았고, 그 흔한 문자도 자주 보내지 않았던 야속한 그를 계속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리고 신팀장도 언제나 마음 속에 그녀가 있었음을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드디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였고,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그녀와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    그는 그 동안 국내외 경제동향과 화장품 시장현황, 그리고 한류의 영향 등을 볼 때, 극도로 성숙되고 포화된 국내 화장품 시장의 미래는 앞으로 중국에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중국어도 배우고, 중국의 현실을 몸으로 직접 느끼기 위해 어학연수를 1년간 다녀오기로 하고, 사랑하는 조윤희와 함께 어학연수 길에 올랐다.  금융위기에 몰린 한국경제는 IMF 때처럼 휘청거렸고, 남들은 회사에서 쫒겨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시기에, 잘나가는 회사를 그만 두고 중국으로 떠나는 그야말로 거대한 풍차에 무작정 돌진하는 동키호테 같은 인물일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떠나고만 싶었다. 직장 생활 10년 동안 한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었다. 한번도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 본적도 없었다. 그는 너무 지쳐있었고 이제는 여유와 재충전이 필요할 때였다.   에이솔루션의 성공적인 론칭을 끝내고, 다음 달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 때는 에이솔루션 론칭을 포기하고 떠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박대리와 허진희의 만류에 그는 브랜드 론칭만 어떡하든 책임지겠다고 팀원들에게 약속을 하였고, 말한 대로 론칭이 되자마자 바로 사직서를 내고 만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거대 두 브랜드의 성공으로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회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팀장이 그만 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에이솔루션이 론칭되면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했던 박대리와 허진희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민상무는 그의 사직서를 끝까지 처리해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그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다가, 2주 만에 돌아와서는 갑자기 중국 행을 통보했다. 서울을 벗어나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와 경상도 주요 도시들을 주유천하(周遊天下)하고 돌아온 그가 본 한국의 화장품 시장은 암담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브랜드숍들은 과거 화장품 전문점들이 헤어나지 못했던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치달리고 있었는데, 이는 M&C 브랜드숍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이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서 이토록 많은 화장품회사들이 경쟁을 하는 게 놀라웠다. 그러다 이젠 이 땅을 벗어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제품이나 브랜드의 차별화가 아니라, 지역의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전쟁터를 거대한 대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는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했다. 회사가 아무리 잡아도, 이 회사의 테두리 안에서 도저히 그는 새로운 꿈을 이어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단호했다. 그리고 회사는 결국 그를 더 이상 잡지 못했다. 민상무는 중국어 실력으로 재무장해서 다시 돌아오라는 말로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것이 모두 흔한 인사치레의 말임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계 속 – —————— One year later,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Despite the late hour, the airport was packed with countless travelers. Standing among them was Team Leader Shin, now leaving the company and heading to Qingdao, China—with Jo Yoon-hee by his side. Eighteen months earlier, just before departing on … Read more

인식의 싸움 102. 여드름화장품 (8) [Battle of Perception 102. Acne skincare (8)]

그 동안 에이솔루션은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신팀장이 여름 휴가로 자리를 비운 동안 이팀장의 방해 공작으로 에이 솔루션이 이팀장의 손에 넘어가 영업 1부가 아닌 영업2부로 출시되기로 결정된 적도 있었다.   이 팀장은 자신이 잘 안 된 이유가 패배주의에 물든 영업1부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제품을 출시해도 성공할 수가 없다며 모든 실패의 핑계를 영업1부에 돌렸다. 그러면서 … Read more

인식의 싸움 101. 여드름화장품 (7) 이순신 장군 전략 [Battle of Perception 101. Acne skincare (7)]

“이순신 장군은 철저하게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했기 때문입니다. 왜군들이 겁쟁이라고 놀리며 다가와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판단 되는 싸움은 피했어요. 한산섬 수루에서 밤새 깊은 시름을 하며, 지형지물과 바다물길에 유리한 파옥선과 거북선을 이용하여, 철저하게 적을 이길 수 있는 곳으로 적을 유인해서 모두 이긴 것입니다. 그래서 현저하게 적은 군력으로도 대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호랑이들을 모두 바다 속에 수장시킨 격이니 엄청난 일이었죠. 이것이 바로 조호이산의 계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팀장의 자세한 설명에도 사람들은 그가 왜 갑자기 이 말을 하는지 쉽게 연관 지을 수가 없어 여전히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신팀장은 그들을 바라보며 결국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말하였다.     “그러니까…. 소비자가 호랑이고 알콜이 바로 우리가 싸울 곳입니다. 소비자의 나쁜 의견이 무섭고 두려워 피하지 말고 소비자를 우리의 전쟁터 속으로 끌여 들이자는 것이죠. 여긴 일반 화장품 시장이 아니어요. 피부에 여드름이 나서 고생하는 특수한 시장이에요. 화장품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야합니다.  우리는 알콜로 승부합니다. 물론 여드름에 좋은 원료가 당연히 들어가죠. 하지만 우리가 호랑이를 잡을 전쟁터의 무기는 알콜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러니 알콜을 강하게 넣읍시다. 어떤 화장품도 이런 적이 없다고 하듯이 아주 강하게 넣어 봅시다.”     “하지만 여드름 심한 사람만 타겟으로 하면 시장이 너무 작을지도 몰라요. 여드름이 약한 사람도 있고, 여드름은 없지만 피지분비가 너무 심한 예비자들도 있어요. 이들을 다 잡지 못하면 여드름이란 국한된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기 쉽지 않아요. 저는 여드름이 심하진 않지만, 피지가 많은 편이라 자꾸 트러블이 나서 고민이거든요. 저같은 사람들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허진희가 중요한 말을 해주었다.     “좋은 의견이어요. 나도 매번 고민했던 점입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라인을 두 개로 나눕시다. 하나는 심한 피부용으로 지금의 디자인인 주황색을 그대로 따르고, 다른 하나는 알콜이 적게 들어간 약한 것으로 용기의 그래픽 칼라를 바꿔서 두 개의 품목 라인으로 구성된 전문 여드름 화장품이죠. 일타쌍피~! 두 개를 동시에 잡아 봅시다. 분명 여드름에 좋다고 하면 잠재 소비자인 피부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까지도 엄청 몰려 올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말 필요 없어요. 오직 하나 여드름을 해결해주는 에이솔루션, 그것 하나면 됩니다.”  신팀장의 의견에 모두들 대찬성을 하며 길지만 의미 깊은 회의를 마쳤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여드름 프로젝트는 그대로 에이솔루션이라는 브랜드 네임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 계 속 – ———————- “General Yi Sun-sin only engaged in battles he was certain to win. Even when Japanese forces mocked him as a coward and provoked him, he avoided any confrontation he deemed unwinnable. At the lookout on Hansan Island, he spent the night in deep contemplation, utilizing the terrain, tidal currents, and strategically deploying … Read more

인식의 싸움 100. 여드름화장품 (6) 병법 36계: 조호이산 [Battle of Perception 100. Acne skincare (6)]

“휴… 그러게 말이에요. 약이라면 부작용이 생겨도 바로 의사가 처방해 줄 수 있으니 문제가 아닐테지만…. 화장품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일단 화장품 원료로 되는 것들은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다 바꿨어요. 그리고 약으로는 과량을 써도 화장품 고시 기준에 과량을 쓸 수 없는 것들은 기준 한도 내에서 최대 용량을 처방했고요. 문제는 알콜입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이 알콜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고 하세요.”     “그건 R&D에서 잘 설득해 보세요.”  “여러 번 말씀 드려봤지만 전혀 들으려고 생각하지를 않으세요.” “그럼 알콜을 최대한 얼마까지 넣을 수 있을까요?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반대로 줄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 보면 되잖아요.”  “그래도 너무 줄이면 어차피 효과도 떨어져요. 향기도 좋지 않고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     “그러면 반대로 생각합시다. 지난 번 M&C 개발 때도 얘기한 바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들 생각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생각이어요. 우린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여드름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알콜성분이 많다 적다가 아닙니다. 그들은 그런 성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요. 조사결과 그들은 대부분이 화장품을 사용하면서도 여드름 증상이 호전되기를 바랄뿐이어요. 그걸 위해서는 알콜의 거부감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우리 싸움의 상대는 경쟁사가 아니라 바로 소비자들의 인식 바깥 쪽에 설치되어 있는 굵고 높은 장벽입니다. 우린 그 장벽을 뚫고 우리의 콘셉트와 브랜드 네임을 인식 속으로 심어 놓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우린 이점에 항상 집중해야 해요.  따라서 남들이 모두 알콜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우린 반대로 알콜을 대폭 넣어 봅시다. 그리고 수 십 년간 대학병원에서 여드름 환자를 치료해 온 교수님의 처방과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소비자들의 인식의 장벽을 뚫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게 우리가 해볼만한 대단한 일 아닙니까?”     “팀장님,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할 수도 있지 않아요? 면도 후 바르는 남성용 스킨로션에도 알콜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지 않아요.”   박대리가 우려의 말을 하였다.  “그럼 몇%가 좋겠어요? 휴~ 여러분 이 대목에서 또 옛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신팀장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이라도 하는 듯…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병법 36계에는 조호이산(調虎離山), 즉, 산중의 호랑이를 산에서 떠나게 하는 계략이 있습니다. 산속에서 호랑이를 잡는 일은 무섭고 위험한 일이지만, 막상 호랑이를 평지에 내려오게 하면 훨씬 처치하기가 쉬워지죠. 싸움을 내게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장 잘한 분이 누군 줄 아십니까? 우리나라의 유명한 장군이시죠.”   순간 김유신장군부터 이순신장군까지 역사책 속 유명한 장군 이름들이 여러 명 튀어 나왔지만, 왜 그인지 이렇다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시죠. 이순신 장군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만 그분의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 이순신장군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왜군과 싸워 23전 23승이라는 전사에 길이 남을 전승의 기록을 남기며 조선을 지켰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한 번도 지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신팀장은 좌중을 돌아보며 잠시 기다렸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자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계 속 – ——————— “Whew… Exactly. If it were a drug, even if there were side effects, a doctor could prescribe something immediately, so it wouldn’t be a problem. But with cosmetics, that’s not possible… So what can we do?” “I’ve replaced everything that could be switched to cosmetic-grade ingredients. And for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9. 여드름화장품 (5) 에이솔루션 프로젝트. [Battle of Perception 99. Acne skincare (5) A-Solution Project]

신팀장은 브랜드 론칭 품의를 다시 한번 민상무에게 가져갔다. 처음 그에게 계획안을 올렸을 때부터 수 차례 거절을 당하며 더욱 구체화 되고 더욱 완성된 실행계획이었다. 아직 브랜드 네임은 정해져 있지 않아 대학 피부과 교수의 실제 여드름 치료 처방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던 이름인 b-Solution에 착안해서 여드름의 영문자인 아크네(Acne)의 이니셜만 따온 에이솔루션(A-Solution)이란 가칭의 프로젝트 이름만 있을 뿐이었다.       “민상무님, 에이솔루션 론칭 품의 입니다.”  신팀장이 결재판을 내밀며 민상무 앞에 품의서를 가지런히 내려 놓자, 민상무는 대뜸 한숨을 크게 내려 쉬었다.   “신팀장, 너도 참 끈질긴 놈이다. 나는 진짜 이곳에 내 싸인을 하기 싫으니 그냥 나를 뛰어 넘어 바로 사장님께 결재 받아라. 이건 어차피 회사 차원에서 하기로 결정된 것 아닌가?”  “아닙니다. 상무님 싸인 없이 어찌 일이 진행되겠습니까? 전 상무님 싸인을 꼭 받고 하고 싶습니다. 제발 싸인해 주세요.”     민상무는 머뭇하며 한 순간에 그려나가는 그의 흔쾌하고 멋진 싸인을 차마 하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는 싸인을 하고 말았다.  “자네 진짜 자신 있나? 이걸 성공시킬 수 있겠냔 말이야?”  “네. 할 수 있습니다. 상무님, 믿어주세요.”   “그래. 다시 한번 믿어 보겠네. 어차피 자네가 받은 예산 내에서 자네가 결정하고 쓰는 일이니, 자네 마음대로 한번 해보게나.”  “네. 상무님. 걱정마세요. 꼭 성공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에이솔루션 프로젝트는 민상무의 동의 하에 비로소 진행될 수가 있게 되었다.     TFT가 다시 뭉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기능성화장품이었기에 R&D의 연구원만 기초 수석연구원인 강과장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이미 디자인도, 내용물 개발 방향도 모두 밑그림이 그려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여드름 치료에 대한 강력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했다.     “디자인은 그대로 빨리 목업부터 만들면 되겠고, 동시에 미리 개발팀에서 설계 검토를 하기 바래요.”  신팀장의 말에 다시 뭉친 TFT멤버들의 눈에는 이미 성공이나 한 사람들처럼 잔뜩 힘이 넘쳐 흘렀다.  “문제는 R&D인데… 강과장님 교수님 처방전을 받아 보니 어때요? 화장품으로 전환이 되겠어요?”     “이건 알콜이 너무 심해 쓸 수가 없어요. 일정 기간만 쓰는 약이라면 괜찮지만 장기간 매일 쓰는 화장품으로 사용하면 피부에 문제가 생깁니다.”   강과장의 대답에 신팀장은 화장품 개발에는 뭐든 하나라도 순조롭게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계 속 – —————— Team Leader Shin brought the brand launch proposal once again to Executive Director Min. Since he had first submitted the plan, it had been rejected multiple times, which only led to a more detailed and refined execution plan. The brand name had not yet been finalized. The project was tentatively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8. 여드름화장품 (4). [Battle of Perception 98. Acne skincare (4) ]

 “일단 상무님이 반대하시더라도, 난 이 프로젝트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좀 더 우리가 조사 분석하고, 어떻게 약사법의 규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서 다시 상무님께 제안해 보면 좋겠어.”   “하지만 팀장님, 우린 너무 바빠요. 상무님이 반대 하시면 인원 증원도 없을 것이잖아요.”  허진희가 앞으로 또 고생문이 훤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 그건, 내가 다시 풀어볼게. 몇 일 전에 신입사원 한 명을 받기로 했어. 올 해 M&C 계획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허락 받았거든. 토익이 900점이 넘고 서울대 출신이라는데…. 휴~ 그런 친구가 우리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할지도 모르겠고, 도움이 될지 짐이 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니, 그냥 좀 경력자로 받으면 안될까요? 영업지원부 김우진 같은 친구면 좋을텐데…. 팀장님, 지금 우리 팀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요.”   “박대리, 그렇잖아도 내가 상무님께 말을 안 한 게 아냐. 근데 영업 출신은 더 이상 절대로 안 받으시겠단다. 내가 영업 출신인 것도 못 마땅해하고 계신데 말이야. 지금 갑자기 매출이 커지는 바람에 다른 팀들도 사람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그러다 그나마 신입사원 한 명이라도 못 받을지 모르니, 줄 때 그냥 받는 게 장땡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단 진희씨는 신입사원과 같이 M&C 기초라인을 계속 맡아서 해주고, 박대리가 나랑 같이 여드름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자.”   “아니, 팀장님~. 저도 남성용 제품도 해야 합니다. 한가한 게 아니라고요.”  “박대리~, 아니 성준아~ 네가 좀 도와주라~”  신팀장이 호칭을 떼고 오랜만에 성준이라 이름을 부르자, 박대리도 갑자기 뭐라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만 3년을 동고동락하며 지내왔던 신팀장이었기에, 이 점에서는 그도 더 이상 거역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네… 알겠다고요. 참 내~ 항상 나만 동네 북이야…”  “그리고 이전 TFT 멤버들을 모아서 비공식적으로 함께 회의 한번 하자. 내가 한턱 쏜다고 하고… 알았지?”   그 후로도 신팀장은 여러 아이디어를 내서 여드름 화장품 출시 안을 민상무에게 올렸으나, 민상무의 고집을 깰 수가 없었다. 여드름 피부를 가진 소비자의 가장 큰 고민은 피지, 즉 피부의 기름기이다. 그런 기름기가 남들보다 과하게 분비되면 피지가 피부 노폐물과 함께 모공을 막게 되어, 나중에는 세균이 번식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여드름이기 때문에, 여드름 화장품의 출시 적기는 늦어도 5월부터 여름시즌 더위를 겨냥해야 하지만, 민상무의 반대로 이는 물 건너간 일이 되어 버렸다.   신팀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그 해 초에 갔던 일본출장에서 여드름 화장품에 딱 맞는 디자인과 용기 콘셉트도 찾아왔고, 품목 라인도 모두 결정했으며, 심지어는 약사법을 피해 표현할 아이디어도 찾아놨지만, 민상무의 허락 없이는 제품개발에 착수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만 허비하며 이젠 포기해야 하나 하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때마침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던 유명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와의 산학협동이라는 안이 회사에 제시되었다. 신팀장은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여드름 화장품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법적으로 기업이 광고할 수 없다면, 대학연구의 성과로 풀어 나가면서 홍보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젠 여드름 화장품의 치유효과라는 논리적 근거를 대학병원의 임상을 통해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교수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가 바로 여드름이었기 때문에 일은 더욱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신팀장의 안은 무려 6개월 만에 허락을 받게 되었다. – 계 속 – ————— “Even if Executive Min is against it, I still believe we must go forward with this project. Let’s dig deeper into the research and analysis, and come up with ideas on how to work around the Pharmaceutical Affairs Act regulations before presenting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