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싸움 67. 모델 선발 대회 (7) 어머니의 원 [Battle of Perception 67. Model Selection Competition (7)]

병원에는 온 가족들이 이미 와 있었다. 어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끼고 의식을 못 차리고 계셨다. 순간 왈칵 가슴이 치밀어 오르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복막투석을 한 것이 복막염을 일으켜서 몸에 독소들이 쫙 퍼져서 그렇데. 일단 독소를 제거하고…, 근데 더 이상 투석을 못할지도 모른다는데, 어떡하면 좋으니?”누나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일단 기다려 봐야지. 조금만 기다려 보자.”신팀장은 오히려 누나를 위로해 주며 … Read more

인식의 싸움 66. 모델 선발 대회 (6) 전사적 행사. [Battle of Perception 66. Model Selection Competition (6)]

“이번 모델 선발 대회는 대행사에게만 맡겨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경영진이 모여 있는 6월 월간회의 석상에서 신팀장은 모델 선발 대회의 목적과 실행계획을 설명한 후, 최후의 변론을 하는 변호사의 심정처럼 경영진을 향해 간곡히 말을 하였다. “이 일은 또한 마케팅부문의 일개 팀인 M&C팀 하나 만의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C의 성공은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회사의 사활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 Read more

인식의 싸움 65. 모델 선발 대회 (5) 성동격서. [Battle of Perception 65. Model Selection Competition (5)]

“그래 맞아. 바로 36계에서 말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아니나 다를까, 매번 상황마다 딱 들어맞는 신팀장의 고사성어가 드디어 나오자, 사람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향해 소리치고 난리법석을 떨어도 사실은 서쪽을 공격하는 것이지. 우리는 일반인 모델을 뽑는다고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하며, 광고, 홍보에 각종 프로모션도 하는 거야.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모델을 뽑는 그 자체가 아니라, … Read more

인식의 싸움 64. 모델 선발 대회 (4) [Battle of Perception 64. Model Selection Competition (4)]

이미 여러 잔이 오가는 동안 눈이 반쯤 감긴 팀원들을 보고 미용연구팀 정대리가 최근에 새로 입사한 영업지원팀의 김우진을 데리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니, 이게 뭡니까? 우리들은 뼈빠지게 일하는 동안, 팔자 좋게 술이나 마시고 있어도 되는 거에요?”  그녀는 항상 부럽다는 표현을 핀잔 섞인 투덜거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입버릇처럼 된지 오래였다.   “우리도 논 거 아냐. 지금까지 얼마나 열띤 회의를 했는데? 아무튼 우리가 낸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테니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의견을 좀 더 줘봐.” “어~? 우진이도 함께 왔구나. 어서 와~. 너도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함께 오라고 불렀다. 그런데 윤희씨, 성준이는 안 온데?”       신팀장은 박성준에게 전화했던 조윤희를 바라 보았지만, 조윤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었다. 조윤희 혼자 마케팅에 합류한 이후 신팀장과 박성준은 더욱 거리가 멀어져서, 신팀장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으려고 하질 않았다. 신팀장은 박성준에 대해서 항상 마음이 마냥 무겁기만 하였다.        이때 정대리가 항의하듯 말했다.  “너무 부려 먹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도 일단 맥주 한잔부터 합시다.”  신팀장은 얼른 맥주를 시켜 다 같이 한 잔을 하였다. 그러다 뭔가 주제를 토의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띄엄띄엄 한 명씩 합류하는 바람에 이내 여러 번의 건배만 오가게 되었을 뿐,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고 미팅은 점차 먹자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자꾸 갈수록 신팀장은 점점 더 취해 가는 것만큼이나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순간 기회를 낚아 챈 그는 얼른 말하고 싶은 주제를 꺼내 방향을 전환하고는, 순간을 놓칠 새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그 동안의 내용을 설명해줬다. 한 동안 설왕설래가 오가며 서로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기만 했고, 술만 더 마시게 되는 회식 분위기는 점점 더 건질 것이 없는 것만 같아, 신팀장은 괜히 다른 이들도 불렀나 후회스럽기까지도 했다. 그러다 한 순간 이미 혀가 꼬부라진 정대리가 술잔을 높이 들며 내뱉듯이 말했다.        “까지 것 다해버려~, 모델도 뽑고, 이벤트도 하고, 광고도 하고, 기사 만들어서 신문에도 내고…. 다해 버리면 될 거 아니에요?”  “정대리, 누군들 모르겠어.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다 할 수가 없잖아. 아예 정대리 같이 이쁜 일반 사람을 모델로 뽑는다면 모를까?”  정대리의 말에 신팀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을 하였다. 그 순간 그의 머리에 뭔가 한 줄기 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어? 이것 봐라?”         신팀장이 뭔지 모를 아이디어의 실체를 찾아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우진이 말했다.  “우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델 선발 대회를 하면 어떨까요?”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이 영업지원팀의 한 신입사원에게 꽂혔다.       김우진은 대학에서 불문과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MBA를 전공한 석사출신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곱슬머리를 길게 휘날리는 그는 제법 옷도 세련되게 입고 자칭 파리지앙이라 스스로를 칭하고 다니었지만, 남들 보기에는 그저 키 작고 평범한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생긴 것과는 달리 판촉 담당자로서 지금까지 기존의 틀과는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게 마음에 들어, 신팀장도 함께 마케팅에서 일하고 싶어 몹시 탐을 내는 직원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김우진을 일부러 찾아 이리로 오게 한 것이었다.        “우리 타겟이 직장여성이니까, 직장인 모델 선발대회가 맞겠네요.”– 계 속 – —————- As multiple rounds of drinks were passed around, some team members’ eyes were already half-closed. At that moment, Jeong Daeri from the Beauty Research Team brought along Kim Woo-jin, a new member of the Sales Support Team, and sat down, saying, “What is this? While we’re working our bones off, you guys are … Read more

인식의 싸움 63. 모델 선발 대회 (3) [Battle of Perception 63. Model Selection Competition (3)]

“민이사님, 도저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전화도 많이 오고 사람들도 쉼 없이 찾아와서, 도저히 팀원들이랑 차분히 미팅하기도 힘듭니다. 저희 팀에게 반나절의 자유를 주셨으면 합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지 이주일이 지났지만, 신팀장은 아직도 어떻게 해야 제품도 나오기 전에 미리 브랜드숍을 하겠다는 점장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스러웠다. 뭐 좀 일하다 보면 뚝딱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왜 이리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지, 그는 급기야 초조해지기 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큰 마음을 먹고 민이사를 찾아갔다.       “자유라니? 무슨 말인가?”  “지금부터 팀원들을 데리고 사무실을 떠나 휴대폰도 꺼놓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마음으로 미팅을 하고 오겠습니다.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하겠습니다. 장소도 묻지 말아주세요. 내일 아침에는 정상 출근하겠습니다.”  “다른 팀들도 있는데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네! 그렇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일주일을 더 보낼 수는 없습니다.”  민이사는 내심 ‘요놈 봐라’ 하며, 대리팀장이 확실히 당돌하다고 생각 하다가도 이렇게 하는 것이 크리에티브에 좋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결국 허락을 해주었다.  “알겠네. 다른 팀에 티 나지 않게 한 명씩 슬금슬금 빠져 나가게. 단 내일 아침 꼭 기대한 성과가 있길 바라겠네.”       점심 식사 후 바로 벌건 대낮에 나온 M&C팀 일행은 마치 처음 와본 익숙하지 않은 길에 나온 사람들처럼 막막한 것이 막상 갈 곳이 없었다. 회사 뒷 골목에 이리 환한 시간에 나온 것도 참으로 오랜만의 일인지라, 마치 외딴 곳에 내버려진 아이들마냥 이곳이 무척 낯설기만 보였다. 야외로 나가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주변 커피숍은 너무 혼잡했다. 신팀장은 할 수 없이 회사 뒤 골목의 단골 호프집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곳이었지만, 다행히 호프집 주인이 안에 있어 문을 열어주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지금 좀 들어가도 될까요?”  “아직 영업준비가 안되었는데…?”  “아~! 괜찮습니다. 우리 좀 조용히 회의하고 싶어서 그러니 방해하지 않을게요. 그냥 호프 500cc 세 개랑 오징어 땅콩 하나만 주세요.”  호프집 주인은 대낮부터 웬 홍두깨 같은 일인가 하며 의아해 하였지만, 워낙 신입 때부터 단골 손님인지라 차마 마다하지 못하고 일행을 안으로 들였다.         불 꺼진 어두컴컴한 호프집에 어느 정도 눈이 익숙해지자, 신팀장은 가볍게 맥주 한 모금으로 입가심을 하며 말을 꺼냈다.  “대낮부터 웬 술타령이냐 하겠지만, 난 대학시절에도 도서관에서 공부가 잘 안되면 혼자 내려와서 맥주 석 잔 정도 마시고 나야, 머리가 빨리 돌아 가서 집중력도 더 좋아지고 공부도 더 잘 되더라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우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도록 회사에서 떠난 게 중요한 거야. 지금부터 휴대폰도 다들 끄고, 평소와 다른 일탈에 대한 자유로움을 느껴봐. 그리고 나서 찬찬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 보자.”          일행은 맥주 500cc를 한 잔 다 비우면서 블로냐와 파리에 있었던 일을 비롯하여, 그간 있었던 자질구레한 얘기를 나누었다가 점차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부터 우리만의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을 하는 거야. 이미 TFT를 통해 하는 것 봤으니 다들 알겠지만, 이건 누가 옳다 나쁘다를 떠나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게 중요해. 한마디로 다다익선이지. 어떻게 우리는 M&C 브랜드숍을 확보하고,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까지 그들을 기다리게 할 수 있을까?”      대낮부터 500cc 맥주 잔이 여러 번 오가는 동안 세 사람은 티져 광고, 이벤트, 장려금, 유명 톱모델, 진열 제품 지원, 판촉물을 미리 나누어주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허심탄회하게 쏟아냈지만, 특별히 확 구미를 당기는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덧 저녁이 되고 퇴근 시간이 되자 신팀장은 몇몇 TFT멤버들을 불러 아이디어를 더욱 증폭시키고자 했다.– 계 속 – ————- “Director Min, I can’t seem to come up with any ideas. In the office, there are constant phone calls and people coming in and out, making it impossible for my team to have a focused meeting. I’d like to ask you to give us half a day of freedom.” Two weeks had passed … Read more

인식의 싸움 62. 모델 선발 대회 (2) [Battle of Perception 62. Model Selection Competition (2)]

오후가 되어 어느 정도 숙취가 가신 신팀장은 다시 예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제품의 콘셉트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두 시간에 걸쳐 설명을 마치자 슬쩍 영업 쪽에 화두를 던졌다.      “이 사업의 성공여부는 뭐니뭐니 해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브랜드숍을 빠른 시일 내에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품이 출시되고 1호점이 오픈하면 사업설명회를 통해 바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쫙 깔아 나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미리미리 우수한 화장품전문점들 중에서 프랜차이즈 후보점들을 리스트하고, 우리와 거래할 점주들과 사전협의를 해야겠죠.”     “그런데 제품도 없이 디자인 사진 몇 장만 가지고 어떻게 점주들과 상담을 하죠?” 부산지역 문지점장이 질문하였다. 신팀장도 이것이 가장 큰 풀리지 않는 고민인지라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맞습니다. 어려운 일이죠. 그러니 여러분들 같은 베테랑들을 벌써부터 미리 뽑은 것 아니겠습니까? 마케팅에서도 좋은 안을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한 M&C 브랜드숍에서는 철저하게 가격할인을 하지 않는 정가제를 실시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요즘처럼 화장품 가격이 무너져 화장품전문점들이 수익을 보지 못하는 시점에서 M&C 브랜드숍을 모집하는데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프랑스 유명 브랜드에 소비자가도 다른 경쟁 브랜드숍들보다 높은 편이라서, 매장에서의 하루 실판매도 높고 부가가치도 크리라 보입니다.”         “그건 맞아요. 이미 중대형 화장품전문점들도 브랜드숍이나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대형 체인점들 때문에 갈 곳을 잃고 있으며, 브랜드숍들의 저가공세에 많은 전문점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장을 전환하거나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저가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수량적으로 더 많이 팔려 바쁘긴 무지 바쁜데, 과거에 비해 수익률은 떨어진다며 무척 불만이라 하더군요. 분명히 그 중에 건실한 전문점이나 저가 브랜드숍에 불만있는 점주들을 잘 포섭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브랜드숍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송대리가 신팀장을 거들어 주었다.        “그래도 뭐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하지…. 아무리 회사 믿고 나를 믿고 따라와라 해도 말이야~.” 문지점장이 또 다시 불만을 토로하였다.“그리고 가격이 더 높다는 것은 어쩌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아닙니까? 전국의 수많은 전문점에선 할인판매를 하고 있고, 브랜드숍에선 저가 공세를 하고 있는데, 우리만 독야청청 중고가에 할인도 않하다가 소비자가 비싸다고 외면하면 어떻게 하나요?” 대전의 김과장도 불편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아, 그걸 제가 말씀 안 드렸군요. M&C는 처음부터 우후죽순처럼 아무에게나 매장을 허락하지않을 것입니다. 철저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죠? 80/20의 법칙이라고도 부르는데, 매출적으로 보면 20%의 주력제품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20%의 유명 영화배우가 80%의 영화 흥행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20%의 부자가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화장품 시장도 상위 중대형 전문점의 매출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단 전국에서도 대도시 주요상권에서 판매력이 우수한 중대형 전문점을 거점으로 해서 100개 매장만을 선별하여 우선적으로 브랜드숍으로 전환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매장 수도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영업2부는 소수의 매장을 대상으로 철저히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질서를 유지, 관리하며 거래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업하기도 더 수월할 것입니다.”         이내 장내가 술렁거리며 사람들은 서로들 이렇다 저렇다 하며 오랜 시간 동안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뜻을 품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자신이 없어하는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신팀장은 놓치지 않았다. “자자~, 여러분~! 잠시만유~!” 서울 강북 박지점장이 특유의 넉살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꺼내며 장내를 정리하였다.  “열띤 논쟁에 시간도 많이 지나버렸고, 난 벌써 배가 고픈데 말이여~, 오늘은 그만들 하시고, 우리 신팀장 한번 믿고 좋은 방안을 기다려 보는 걸로 해보면 어떨까유~. 내 최상무님께 가서 법인카드 얻어 올 테니 우리 다같이 쐬주나 한잔 합시다 그려~”         시간은 벌써 5시가 넘어 가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동의하며 회의실을 빠져 나가는 중에 박지점장이 신팀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워쪄~, 오늘 아침에 보니 술 냄새가 장난이 아니던데…. 그래도 함께 가야지~? 중요한 사람들인데 말이여~.”   “그러죠. 뭐~, 이미 술 다 깼습니다. 언제 제가 술자리 마다한 적 있나요?”   “그려~. 내 이래서 신팀장이 좋다니까 말이여~.”      박지점장과 헤어지고 자리로 돌아오는 신팀장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제품도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무슨 수로 후보자들과 거래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전문점주들이 다른 회사의 브랜드숍으로 전환하지 않고 우리회사를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절실하기만 했다.  ‘휴~, 오늘도 또 술이구나. 또 얼마나 달려야 할지….’   오늘 하루가 이렇게 또 저물어가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그는 오늘도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다.– 계  속 – ———— Afternoon arrived, and Team Leader Shin had shaken off most of his hangover, returning to his usual self. He finished explaining the product’s concept and final design to the people gathered in the meeting room, taking two full hours. Then, he casually tossed a question to the sales team. “The success of … Read more

인식의 싸움 61. 모델 선발 대회 (1) [Battle of Perception 61. Model Selection Competition (1)]

총 300여 가지의 품목을 선정하고 개발 방향을 결정한 TFT는 각자의 자리에서 여념없이 개발에 몰두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사항들을 공유했다. 기초화장품은 크게 중저가대, 중고가대, 그리고 프레미엄 고가로 나뉘었다. 중저가대의 제품은 거래처 프리몰드를 활용하여 보편적인 디자인에 다양한 천연성분에 맞게 그래픽 디자인을 입힌 피부진정 및 보습라인을 구성하였고, 고가대는 프랑스와 인접한 알프스의 천연 허브 피토 테라피를 활용한 고기능성 라인으로 포진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중고가대의 M&C라인인데, 간판 브랜드에 맞게 기초, 색조, 바디, 향수 등의 화장품의 전 라인을 형성하는 파리 풍의 패션 지향적이고 감각적인 품목이 라인업 되었다. 특히 색조제품의 경우는 자칫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진다는 말처럼 부진재고에 대한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품목과 색상의 결정에 신팀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마케팅, 디자인, 포장개발부, 구매부, 연구소에서 병렬로 연결되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성능 컴퓨터의 네트워크와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에 서있는 사람이 바로 신팀장이었다.    출장을 다녀온 후 모처럼 가진 TFT를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로 가볍게 시작하여 치맥으로 2차를 가진 후, 3차로 노래방에서 고성방가를 하며 밤늦도록 달렸던 신팀장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진한 블랙커피로 달래보려 애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몸을 의자에 깊숙이 파묻고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몸을 칸막이 뒤로 숨기며 빨리 시간이 지나 숙취가 해소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신팀장은 꿈에서 깨어난 듯 전화를 받으며 몸을 곧추 세워 앉았다.  “신팀장, 잠시 내방으로 오게나, 소개해줄 사람들이 있네.”  TFT팀과 매주 회의를 하며, 개발업무에 소비자 리써치에 정신없이 일을 진행하느라 그 동안 찾아 뵙지 못했던 최상무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은 신팀장은 급히 2층으로 향했다.  신팀장이 방문을 들어섰을 때 그 곳에는 세 명의 낯선 이들과 강북지점 박과장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신팀장을 환하게 맞이하는 박과장과 서먹한 듯이 인사하는 세 명의 사람들 속에서 신팀장은 과거 입사 후 나이가 같아 입사동기처럼 지냈으나, 2년 전에 브랜드숍을 하는 다른 회사로 떠났던 송대리도 발견했다.  “신팀장 어서 오게. 요즘 많이 바쁘지?”최상무는 밝은 모습으로 어리둥절하는 신팀장을 직접 자리로 안내하며 말을 이었다.    “이 네 명의 사람들이 앞으로 신팀장과 함께 영업2부에서 동고동락할 지점장과 영업소장들이네. 여기 문지점장은 앞으로 부산 지역을 맡을 것이고, 김과장은 대전, 그리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송대리는 서울 강남 소장이며, 현재 영업1부 강북지점의 박과장은 영업2부 강북을 맡을 것이네. 아직 광주와 대구 쪽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 쪽도 영업1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브랜드숍 영업을 하기 위해 별도로 분리된 영업2부를 맡길 것이라네.”   최상무는 신팀장의 소개를 마치자, 고개를 돌려 영업소장들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신팀장은 내가 여러분께 여러 번 얘기한 바처럼, 영업지원부에 있다가 지금은 마케팅 팀장으로 수직 상승한 우리회사의 기대주니까, 영업이니 마케팅이니 하지 말고 한 가족이라 생각하며 서로 협조해서 일을 해나가길 바라네.”   신팀장은 모두에게 일일이 환영의 악수를 나누면서 통성명을 하며, 내심 그 동안 최상무께서 영업2부 조직의 구성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온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제품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지점장 및 소장급을 뽑아놨는데, 입에서 술 냄새 푹푹 풍기며 이들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한 그는, 왠지 평소 그답지 않게 미적미적 서먹하기만 했다.   “자~! 지금은 우리 함께 차 한잔 하며 인사나 하고, 점심 먹고 나서 신팀장이 바쁘겠지만 사업개요부터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떤가?” 최상무의 물음에 신팀장은 해방되었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대답하였다.  “네, 상무님. 오후 2시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들 오후에 뵙겠습니다.”  신팀장은 기회를 잡아 빠져 나오듯이 최상무의 방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 앉았다. 어제 마신 숙취에 천장이 빙빙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 계속 – ————- The TFT, having selected and determined the development direction for approximately 300 product items, diligently focused on development in their respective roles while sharing progress in weekly meetings. Basic skincare products were categorized into mid-to-low, mid-to-high, and premium high-end ranges. The mid-to-low range … Read more

인식의 싸움 60. 해외출장 (5) 파리의 밤. [Battle of Perception 60. Business Trip Abroad (5) A Night in Paris]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순간 살짝 몸을 숙여 손으로 얼굴을 고이고 신팀장을 그윽히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은은한 촛불에 더욱 발그스레 비쳐지자, 신팀장은 그녀가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의 심장이 요동치며 가슴이 답답한 것만 같아 그는 와인 한잔을 한번에 급히 들이켰다. 분위기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아름다운 파리 여성에 취하는 밤이었다.      그의 마음을 눈치라도 챘는지, 갑자기 미셸리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말을 꺼냈다.  “참? 일행들이 있는데…, 벌써 11시가 넘었네요. 이만 호텔로 들어가 봐야 하지 않나요?”  “네? 아…. 그렇죠. 하지만 그쪽 팀도 오늘 시장조사 끝내고 파리 야경투어를 하고 12시 다되어서 들어 온다고 했으니, 아직은 괜찮을 겁니다.”   그는 아직 그녀와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워, 자리를 떠나겠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른 일행들은 여행도 하고 참 좋은 것 같아요. 신팀장은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이런 구석진 곳에서 나와 같이 있어서 어쩌죠?”  “무슨 소리에요? 제 말을 들으면 아마도 그들이 절 더 부러워 할 걸요? 파리 구경이야 나중에 또 해도, 이렇게 한밤의 파리 카페 분위기를 미셸과 함께가 아니면 어떻게 누릴 수 있겠어요?”        미셸리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는 모습이 신팀장의 말이 과연 그런가 하는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문득 촛불이 희미하게 스며든 그녀의 얼굴은 몽롱한 환상의 세계로 신팀장을 인도하는 듯하였고, 평상시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가 촉촉하게 베어 나오는 그녀의 붉은 입술은 더욱 매혹적으로만 보였다.       그 때였다. 신팀장은 갑자기 앞자리로 고개를 내밀며 그녀에게 짧은 입맞춤을 하였다. 순간 돌발적인 입맞춤에 미셸리보다도 당황한 사람은 오히려 신팀장 자신이었다.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빼앗겨 보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신팀장은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어쩔줄 모르고 있다가, 침묵을 깨고 주섬주섬 말을 꺼냈다.  “아… 저… 미셸,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순간 미셸리가 다가와 그에게 깊은 프렌치 키스를 하였다. 신팀장의 심장은 쿵쾅쿵쾅 너무도 뛰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자신의 심장 소리와 감미로운 그녀의 입술만이 느껴졌다. 그녀의 살 내음과 함께 방금 머금은 와인 향이 그녀의 숨결을 타고 그의 후각을 자극하는 순간, 그는 어떤 격정이 가슴 속으로 치밀어 오르 뜨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무한의 시간인 것만 같았던 짙은 키스는 찰나처럼 너무도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 여전히 요동치는 가슴을 달래며,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원래 제 자리로 돌아 온 그는, 한 순간 쑥스러움에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겠는지 마지막 남은 한 잔의 와인을 마시고 나서야 그녀를 보았다. 반면에 미셸리는 턱에 얼굴을 괴고 그를 더욱 그윽하게 바라보며 쑥스러워 하는 그가 더욱 귀엽기만 하다는 듯이 입가에 한껏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오늘은 마법 같은 날인가 봐요. 나도 미안해요. 이러면 서로 비겼으니 우리 모두 없었던 일로 해요. 이제 그만 가봐야 할 듯하니 우리 그만 나가요. 내가 택시 잡아줄게요.”  미셸리는 거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그녀도 당황하기는 매 마찬가지였다. 한국인이 아닌 프랑스인과 결혼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자신이 갑자기 한국 남성에게 이렇게까지 마음이 끌릴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나이도 어리고 평상 시는 마냥 천진스럽다 못해 철부지 같기만 한 그가 일할 때는 확고한 자신감과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그가 자신보다 한참 위의 연상이자 멋진 사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지금처럼 일상에서 보면, 어린 아이 같은 귀여움에 마냥 그를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일단 지금은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팀장은 갑작스런 그녀의 돌변에 얼떨떨하였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자석에 끌리듯 그녀를 따라 일어나서 그녀가 잡아주는 택시에 올라탔다. 미셸은 운전수에게 호텔까지 태워다 달라고 말하며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신팀장 입술에 손을 대며 말했다. “오흐부와(Au revoir)~!”      호텔로 가는 길, 아직도 그녀의 향취와 입술의 흔적이 남아있는 듯, 신팀장은 눈을 감으며 꿈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신팀장은 호텔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 룸메이트인 김대리는 벌써 들어와서 혼자 즐겁게 여행한 것이 오히려 약간 미안했는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미팅이 잘되었는지 등을 물어봤지만, 그는 건성으로 응대하며 그의 말을 흘려 넘겼다.  아직도 와인의 향취와 미셸리의 달콤한 입술과 그녀의 살 내음과 함께 감각 깊이 파고드는 푸레시 플로럴 향이 온 몸에 살아 감싸주는 것만 같았다. 파리의 마지막 밤은 짙고 몽환적인 마력과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 계 속 – ————- The evening had already set in, and the group moved to a nearby restaurant to enjoy a French meal accompanied by wine. They relished the escargot covered in cheese sauce and the tender steak served with foie gras, which they had never tried before, as the night in Paris deepened. … Read more

인식의 싸움 59. 해외출장 (4) 파리에서 데이트). [Battle of Perception 59. Business Trip Abroad (4) A Date in Paris]

어느 새 저녁 시간이 되어 일행은 근처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와인과 함께 프랑스식 식사를 하였다. 치즈 소스에 덮인 달팽이요리와, 난생 처음 먹어 보는 부드러운 프와그라가 곁들어진 스테이크 요리를 매우 맛있게 먹으며 파리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특히 보르도 메독지방의 다소 드라이 하지만 깔끔한 풍취의 와인은 비교적 느끼한 프랑스 음식들을 상큼하게 돋구어줘 신팀장은 하나도 남김없이 음식을 깨끗이 비우고 말았다.      마담 소피와 헤어지고 미셸리는 신팀장과 민이사를 호텔에 내려주며 인사와 함께 피곤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듯 바로 뒤돌아 섰다. 신팀장은 호텔 회전문으로 들어서는 민이사를 바라보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미셸리를 바라보기를 반복하며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미셸리를 부르며 그녀를 따라 뛰어갔다.  “미셸리 사장님~! 잠시만요~!”  미셸리는 막 출발하려던 그녀의 BMW를 멈추고 고개를 내밀며 의아하다는 듯이 신팀장을 바라 보았다. 신팀장은 무작정 차문을 열고 그녀의 옆 자리에 올랐다.       “웬 일이시죠?”   미셸리의 대답에 신팀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사장님, 제가 오늘 파리에 처음 왔는데 하루 종일 회의만 하고, 그 유명한 파리의 한 구석조차 보지를 못했습니다. 피곤하시겠지만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에펠탑이라도 한번 구경시켜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미셸리는 난처하다는 듯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기사에게 프랑스어로 뭐라 말하더니 기사를 돌려 보내고 특유의 낭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리세요. 그럼 내가 운전하며 파리 야경 투어를 해줄 테니, 함께 앞자리로 가시죠. 뒤보다는 앞이 더 보기 좋을거에요.”  “네? 정말이요? 진짜 감사합니다~!”          신팀장은 미셸리의 세심한 배려에 깊이 감사하며 자리에서 얼른 내려 BMW의 앞자리로 옮겨 탔다. 미셸리의 옆 좌석에서 BMW를 탄 것만해도 황홀한 지경이었는데, 신팀장의 눈 앞으로 지나가는 파리의 아름다운 야경은 그를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만 같았다. 신팀장과 미셸리는 에펠탑에서 내려 잠시 거닐며 수 많은 조명으로 잔뜩 장식한 아름다운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개선문을 거쳐 샹제리제 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잘 가는 BAR가 있는데 가서 와인 할까요?” 미셸리가 말했다.  “술 드시면 운전 괜찮으시겠어요?”  신팀장의 대답에 미셸리는 집이 바로 근처라 걸어가면 된다며 아는 BAR로 그를 안내하였다.     BAR에는 파리의 젊은 남녀로 왁자지껄했는데, 남자고 여자고 다들 담배를 피워대는 바람에 공기는 뿌옇고 자욱했지만 파리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에 매료된 신팀장은 오히려 이 조차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미셸리가 들어오자 이 곳의 몇 명이 그녀를 알아보고 프랑스 특유의 인사 방식으로 양 볼에 뽀뽀를 하며 인사를 하더니, 그 자리에 서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신팀장은 우두커니 서서 프랑스어로 프랑스인과 대화를 나누는 그녀가 한국인이 아니라 푸른 눈의 프랑스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점점 더 그녀가 경외스럽게 느껴졌다.         얘기를 마친 미셸리는 신팀장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와 함께 구석진 자리로 그를 능숙하게 인도하여, 자리를 잡고 앉아 와인과 간단한 치즈와 크래커를 시켰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렇게 까지 신경 안 써주셔도 되는데…”  “음…. 근데, 신팀장님! 그 사장님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나요? 내가 듣기가 좀 거북하네요?”  “그래도 사장님 아니십니까? 어떻게…, 그렇다고 누님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요…. 하하~”   신팀장의 농담에 미셸리도 살짝 소리를 내어 웃었다.    “호호~ 그 냥 우리 한 살 차이뿐이 안되니 편하게 이름 불러줘요. 미셸이라고….”  “아…. 네~! 미셸~~ 하하~”         신팀장은 처음엔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약간 어색하기만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와인을 몇 잔 마시면서 점차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미셸이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빠를 따라 아프리카, 미국, 프랑스 등을 이사 다니며 살게 된 얘기에서 시작해서, 한국 남자는 너무 무뚝뚝하고 여자를 위할 줄 모른다며 프랑스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는 등 개인적인 얘기도 듣게 됐다.      어느 새 한 병을 다 비우자 미셸은 다른 종류의 와인으로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앞에 마신 것은 쉬라즈 종류로써 맛이 부드럽고 그윽했던 반면, 이번에 주문한 것은 까베르네쇼비뇽 종류로써 바디가 매우 단단하고 강한 향이 입 전체를 자극하는 게, 소주에 단련된 신팀장에겐 더욱 입에 맞는 와인이었다.– 계 속 – —————- Before they knew it, evening had arrived, and the group moved to a nearby restaurant to enjoy a French meal accompanied by wine. They savored escargot covered in cheese sauce and a tender steak dish with foie gras, a delicacy they were tasting for the first time. As the night deepened in Paris, … Read more

인식의 싸움 58. 해외출장 (3) M&C 라이센싱 미팅 (병법36계 금적금왕). [Battle of Perception 58. Business Trip Abroad (3) M&C Licensing Meeting]

마담 소피는 신팀장이 가져온 디자인 목업(Mock-up)을 보고, 프랑스인 특유의 감성 풍부한 표정과 탄성으로 원더풀을 반복하며, 한국에서 제품이 출시되면 오히려 프랑스에서 수입을 하고 싶다는 말도 하였다. 이렇게 초반 좋은 분위기로 시작된 회의는 근 세 시간 동안, 향후 M&C 화장품의 전 세계 판권, 한국에서의 론칭 행사, 우수 대리점 사장들의 파리 여행지원, 그리고 파리 본사의 까다로운 COC(Code Of Conduct)의 완화 등 다양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COC란 글로벌 회사에서 전 세계 법인 및 라이센씨(Licensee)들에게 규정한 공통으로 지켜야 할 업무 규정으로써, 본사에서 브랜드와 디자인, 품질 등을 검사하고 통제하기 위한 까다로운 법규와 같은 것이다.     “자, 그럼 제가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미셸리가 회의를 마무리하며 한국어와 불어를 오가며 말을 꺼냈다.   “가장 민감한 문제였던 COC 완화 건은 전 세계 라이센씨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촉박한 제품개발 일정과 론칭 스케쥴로, 모든 제품의 사양과 광고들을 일일이 컨펌 받고 진행하기 어려우니, 일단 한국 측에서 먼저 진행하고 사후에 모든 견본을 파리로 보내는 것에 대해 마담 소피께서 합의하였습니다.”       이 건이 신팀장 입장에서는 오늘 미팅을 하자고 한 가장 주된 이유였다. 이로써 그는 앞으로 매번 파리 본사 컨펌을 기다리지 않고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마담 소피의 배려에 깊이 감사를 하며, 꼭 가을 시즌에 맞춰 늦지 않게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병법36계에는 금적금왕(擒賊擒王)이란 전략이 나온다. 즉, 적을 사로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신팀장은 문득 과거 읽었던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전출새(前出塞)’라는 시가 생각났다.      활을 당기려면 강하게 당기고 [挽弓當挽强]화살을 쏘려면 멀리 쏘아야 한다 [用箭當用長]사람을 잡으려면 먼저 그 말을 쏘고 [射人先射馬] 적을 잡으려면 먼저 그 왕을 잡아라 [擒賊先擒王]      금적금왕(擒賊擒王)이란 말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당나라 현종 때 안록산이 난을 일으켜 그 부하 장군 윤자기(尹子琦)가 수양성을 공격하였다. 윤자기는 13만 대군을 이끌고 수양성을 포위했으나, 수양성에는 군사가 고작 7천에 불과했었다. 수양성의 장순(張巡)은 일단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버티었지만 군량마저 바닥나서 성은 곧 함락될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다 갑자기 장순은 “사람을 잡으려면 말을 먼저 쏘고, 적을 잡으려면 적의 두목부터 잡아라((射人先射馬, 擒賊先擒王)”는 말이 생각나서, 유일한 돌파구로 적장 윤자기를 먼저 제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저 수많은 적 가운데 적장 윤자기를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장순은 부하들에게 마른풀로 화살을 만들도록 지시하여 사격하게 하였다. 당연히 적들은 가짜 화살에 맞아 쓰러지지 않았다. 이에 적군 중 한 명이 건초 화살을 집어 들고 윤자기에게 가서 무릎을 끓고 수양성에 화살이 떨어졌다고 보고하는 모습을 장순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숨겨두었던 명사수들이 일제히 진짜 화살을 윤자기에게 날렸고, 그 가운데 한 대가 윤자기의 왼쪽 눈에 꽂히고 말았다. 이렇게 장수가 부상당해 쓰러져 적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장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총 출동하여 대승을 걷을 수가 있었다.         매번 디자인 하나, 문구 하나에 까다롭게 구는 M&C 본사의 담당자들은 도대체 대화가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원칙만 있었고, 현실적인 사정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항상 파리에 일일이 보고할 수가 없었던 신팀장은 파리에서 수장인 마담 소피를 직접 만나서 얼굴도 익힐 겸 그녀와 담판을 짓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금적금왕(擒賊擒王)의 계는 성공을 하였다. 확실히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장수는 그 생각과 배포도 달랐다. 그는 이 기회에 마담 소피를 통해 리더의 품격을 배울 수도 있었으며,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는 한번이라도 얼굴을 맞대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야 더욱 돈독해지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계 속 – ————— Madame Sophie examined the design mock-ups brought by Team Leader Shin and repeatedly exclaimed “Wonderful” with the expressive enthusiasm characteristic of the French. She even mentioned that once the product launched in Korea, she would like to import it to France. With such a positive start, the meeting extended for nearly three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