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망의 대학생 모델 선발대회가 개최되는 날이 왔다. 행사는 저녁 다섯 시부터 시작하지만 진행자들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밤새워 설치한 무대와 조명, 음향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였지만, 뭐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의 문제가 줄을 이어 발생하였으며, 오전 11시부터 진행한 모델후보들의 리허설도 하면 할수록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신팀장은 점점 더 속만 타올랐다.
시간은 어느 새 훌쩍 지나 행사 한 시간 전, 속속들이 VIP들이 행사장을 찾았고, 그럴 때 마다 신팀장은 이리 불리고 저리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행사장 바깥 주차장부터 행사장 입구까지 영업지원팀 김우진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로 이루어진 주차 요원들이 차가 들어올 때마다 주차 자리를 안내하며 신팀장에게 수시로 보고하였고, 주차를 마치면 행사장 입구부터 배치된 안내요원이 VIP들에게 코싸지를 꽂아주며 대기실로 안내하였다.
그럴 때마다 행사의 책임자인 신팀장은 대기실 또는 행사장 입구로 불려 다니어야만 했다. 그의 자켓 속 흰색 셔츠는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며, 입은 바짝 타 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행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감독이 다급히 신팀장을 찾아왔다.
“큰 일 났습니다. 2부 행사에서 나오기로 한 초청 가수 한 명이 펑크가 났습니다. 문자로 못 온다는 통보만 왔는데 도통 연락도 안됩니다.”
1부 행사는 모델들의 워킹, 댄스, 인터뷰, 장기자랑 등을 보여주는 심사 대회이고, 심사위원이 심사를 하는 동안 2부에서 두 명의 인기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중 최근에 뜨기 시작한 남자 가수 한 명이 갑자기 펑크를 낸 것이다.
“뭐라구요? 이제 와서 어쩌라구요? 어휴~, 그럼 감독님 대안은 뭐죠?”
신팀장은 신경질적으로 감독을 몰아 부쳤다.
“저기… 제가 친한 후배 중에 지금 인기는 많지 않지만 괜찮은 가수 한 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나중에 인기가 높아질 전망 있는 가수입니다. 1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얼른 그 후배라도 준비시키면 어떨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해 주세요.”
신팀장은 마지 못해 대답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없나요?”
“네. 일단은 없습니다.”
감독은 말이 끝나자 마자 즉시 휴대폰을 꺼내 후배 가수에게 전화를 하며 자리를 떴다. 신팀장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시도 쉬지를 못하고 무전기 헤드셑으로 각 파트에서 일하는 진행요원들과 상황보고를 주고 받으며 만전을 기했지만, 언제나 사건은 작은 일에서 시작해서 큰 일로 번지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무대 조명이 꺼지고 짙은 암전 속에 인기 개그맨인 MC의 인사 멘트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신팀장과 팀원들은 어디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고, 리허설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조마조마하며 노심초사 무대 뒤를 서성이며 행사를 관전하였다. 그러나 약간 진행상의 삐긋거림은 있었지만, 모델 후보들도 리허설 때와는 달리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 내어, 다행히 행사는 별탈 없이 잘 끝났다.
2부에서도 감독이 추천한 후배 가수는 화려하진 않지만 맑은 미성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자신의 신곡을 열정적으로 불러 큰 호응을 받았다. 얼굴은 잘생기지 않았지만 훌륭한 가창력과 미성이 멋진 가수였다. 그 때는 몰랐지만 감독의 예견대로 그는 나중에 꽤 인기 있는 가수로 성장하게 된다.
초청가수의 노래가 끝나고, 드디어 3부 심사결과 발표 및 시상시간이 돌아왔다. 신팀장도 모델들 중에서 M&C화장품 모델 감으로 점 찍어 논 사람이 한 명 있어서, 그녀가 꼭 대상을 차지하기를 바라며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신팀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대상을 타고 말았다. 심사위원들은 연기와 끼를 보고 점수를 매겼는지 모르겠지만, 신팀장은 화장품 모델로서 순전히 얼굴 이미지만을 봤을 때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그래도 신팀장이 마음에 들어 했던 학생은 금상을 받아 1천만원의 상금과 함께 M&C 모델 후보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어쨌든 19명 중 수상한 5명만이 진정한 화장품 모델 후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공적으로 끝난 모델 선발대회는 각종 스포츠 신문을 필두로 TV 연예 뉴스에도 퍼블리시티(Publicity) 되었다. 브랜드 노출은 되지 않았지만 회사와 곧 출시될 유명 파리 화장품의 모델 선발 대회라는 점에서 충분히 소비자 및 거래선 사장들에게도 기대감을 주고도 남았다.
행사에 초청한 예비 점장들도 큰 기대를 하여, 그 후 계약을 체결한 점포 수는 경주에 갔을 때보다 바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어쨌든 모델 선발대회는 신팀장이 의도한 대로 제 역할을 100%, 아니 그 이상 다하였다고 할 수 있는 훌륭한 티저(Teaser) 마케팅의 사례라고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신 브랜드가 론칭하기 전에, 브랜드의 회사나 브랜드 네임, 상품 정보 등의 일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관심을 끌려는 것을 티저(teaser)광고라고 하는데, 신팀장은 광고 대신 모델선발대회라는 이벤트와 홍보를 통해 더욱 적은 비용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행사가 끝나고 다음 날 출근을 하자, 사무실의 많은 사람들이 신팀장에게 큰 박수를 보내왔다. 전 직원들은 하나가 되어 이번 모델선발대회의 ‘너도 한번 해봐’ 캠페인에 동참하였고 성공적인 행사에 대한 자부심과, 같은 회사 직원으로서 앞으로 M&C 브랜드의 성공에도 큰 기대를 하게 되었다. 신팀장은 다행스런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문제는 당선된 다섯 명의 모델이었다. 화장품 모델은 의류 모델과는 완전히 다르다. 패션 모델이 끼와 개성으로 여러 옷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체형이 중요하다면, 화장품 모델은 일단 얼굴이 아름다워야 하고 피부가 좋아야 하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 또한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고 일주일 후 5명의 수상자를 민 낯으로 만난 신팀장은 크게 실망하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광고 대행사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신팀장 눈엔 흡족하지가 않았다. 애초부터 광고 모델로 쓸만하지 않으면 모델로 계약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자 화장품 모델로 연예계에 입성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그들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미안하기만 하였다.
광고대행사와 깊은 회의를 해본 결과 결국 신팀장은 그들 모두 모델로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신팀장은 모델 후보들을 한 명씩 일일이 면담을 하며 미안한 마음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는 브랜드 이미지와 콘셉트가 맞지가 않아서 어쩔 수가 없다며 죄송하다는 말뿐이 할 수가 없었다. 이에 혹자는 수긍하며 좋은 경험도 하고 상금을 탄 것만으로 만족하기도 했지만, 연예인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여겼던 사람들은 자기들을 이용했다며 매우 불쾌해 하고, 나중에는 가족과 함께 와서 크게 따지고 돌아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후 수 년이 흘러 이 중에 세 명은 드라마 조연급 수준으로 성장하여 다소 유명해지기도 하였지만, 아이로니 하게도 대학생 모델선발대회 행사를 알리기 위해 신 팀장이 수 백명의 모델 사진을 보고 선택했던 ‘너도 한번 해봐’ 캠페인의 포스터 모델로 촬영했던 무명 모델 한 명이, 이름만 말하면 알 수 있는 주연급 유명 영화배우로 크게 성장하게 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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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ng-awaited day of the university student model audition finally arrived. Although the event officially began at 5 p.m., the staff had been running around since early morning. They had spent the night setting up the stage, lighting, and sound systems, and despite countless checks, one problem was always followed by another. The rehearsal with the model candidates, which started at 11 a.m., showed no sign of improvement the more it went on, leaving Team Leader Shin increasingly frustrated.
Time flew by, and just an hour before the event, VIPs began arriving at the venue. Each time a new guest arrived, Shin was called from one place to another without a moment’s rest. From the parking lot outside to the venue entrance, staff members from the sales support team, including Kim Woo-jin, were guiding cars and constantly reporting to Shin. After parking, ushers stationed at the entrance pinned corsages on the VIPs and escorted them to the waiting rooms.
As the event director, Shin had to be summoned constantly between the waiting room and the entrance. His white shirt under the jacket was already drenched in sweat, and his throat was parched. To make matters worse, the director in charge of the overall production suddenly approached him in a hurry.
“We have a big problem. One of the guest singers scheduled to perform in the second part just canceled. They only sent a text saying they can’t come, and we can’t reach them at all.”
Part one of the event was a judged competition involving model candidates showcasing their walk, dance, interviews, and talent. During the judging period, two popular singers were scheduled to perform in part two. However, one of them, a recently trending male singer, had abruptly canceled.
“What? What are we supposed to do now? Sigh… So what’s the alternative?”
Shin snapped irritably at the director.
“Well… I have a junior who’s not that famous yet, but he’s a decent singer. I honestly think he has great potential to rise in popularity. What if we prepare him during part one?”
“Fine. Go ahead with that.”
Shin reluctantly agreed.
“Also… no other issues, right?”
“No, none for now.”
As soon as he finished speaking, the director pulled out his phone and left the room to call the backup singer. Shin, who hadn’t had a moment to rest before the event, continued to communicate with staff from each department via headset, ensuring everything was in place. He couldn’t afford to let his guard down, as minor issues often escalated into bigger problems.
Finally, the stage lights went out, and in total darkness, the popular comedian MC’s opening lines echoed through the venue, signaling the beginning of the event. Shin and his team couldn’t even sit down properly. Nervous about repeating the same mistakes from rehearsal, they anxiously hovered behind the stage, watching each part unfold. Despite a few minor hiccups in the flow, the model candidates performed far better than expected, and the event proceeded smoothly without any major incidents.
In part two, the substitute singer recommended by the director sang his new song with a pure and beautiful voice. Though not flashy, he received great applause for his heartfelt performance. He wasn’t particularly handsome, but his strong vocals and clear tone stood out. As predicted by the director, he later rose to significant popularity.
After the guest performance, the event moved on to the third part—announcement of results and the award ceremony. Shin had a specific model candidate in mind for M&C Cosmetics and hoped she would win the grand prize. He held his breath as he waited for the results.
Contrary to his expectations, someone he didn’t favor won the grand prize. While the judges may have focused on acting skills and stage presence, Shin’s preference was purely based on facial appeal as a cosmetics model. Nevertheless, the candidate he favored won the Gold Prize, receiving 10 million won and qualifying as a potential M&C model. Out of 19 candidates, only five awardees could be considered as real cosmetic model prospects.
The successful conclusion of the event gained publicity across major sports newspapers and television entertainment news. While the brand name wasn’t explicitly revealed, the fact that it was a model audition for a soon-to-be-released high-end French cosmetic line generated plenty of anticipation among consumers and business partners.
Prospective store managers invited to the event also expressed high interest, resulting in more than double the number of franchise agreements compared to a previous event in Gyeongju. The model audition functioned precisely as Shin intended—as a highly effective teaser marketing campaign.
Teaser advertising generally refers to promotional efforts that stimulate consumer curiosity by withholding certain information—such as the brand name or product details—before a new brand launch. Instead of traditional ads, Shin achieved outstanding results through a model audition event, successfully reaching both marketing and promotional goals at a fraction of the cost.
The next day, upon returning to the office, Shin received enthusiastic applause from colleagues. The entire staff had united for the campaign titled “You Try It Too,” and their shared sense of accomplishment made them optimistic about the upcoming success of the M&C brand. Shin sighed in relief, thankful everything had gone well.
But that wasn’t the end. The real issue was with the five selected models. Unlike fashion models, cosmetic models must have beautiful faces, flawless skin, and strong expressive abilities. When Shin met the five winners a week later without makeup, he was deeply disappointed.
Hoping for the best, they tried makeup and camera tests through the advertising agency, but Shin still wasn’t satisfied. From the beginning, he had planned not to sign any models who weren’t fit for commercials. Yet it was hard to break the news to the finalists, who were dreaming of entering the entertainment industry through this opportunity.
After extensive discussion with the agency, Shin ultimately decided not to use any of them as models. He had to personally meet with each candidate to explain his decision, repeatedly apologizing and citing a mismatch with the brand’s image and concept. Some accepted it as a good experience and were satisfied with the prize money, but others—especially those hoping to launch their celebrity careers—felt exploited, with some returning angrily with family members to protest.
Over the years, three of the five finalists managed to gain minor fame as supporting actors in dramas. Ironically, however, the real breakout star was an unknown model who had been chosen by Shin as the face of the “You Try It Too” campaign poster to promote the audition itself. That nameless model later rose to become a top-tier movie star, recognized by name across the coun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