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싸움 102. 여드름화장품 (8) [Battle of Perception 102. Acne skincare (8)]

그 동안 에이솔루션은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신팀장이 여름 휴가로 자리를 비운 동안 이팀장의 방해 공작으로 에이 솔루션이 이팀장의 손에 넘어가 영업 1부가 아닌 영업2부로 출시되기로 결정된 적도 있었다.   이 팀장은 자신이 잘 안 된 이유가 패배주의에 물든 영업1부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제품을 출시해도 성공할 수가 없다며 모든 실패의 핑계를 영업1부에 돌렸다. 그러면서 … Read more

인식의 싸움 101. 여드름화장품 (7) 이순신 장군 전략 [Battle of Perception 101. Acne skincare (7)]

“이순신 장군은 철저하게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했기 때문입니다. 왜군들이 겁쟁이라고 놀리며 다가와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판단 되는 싸움은 피했어요. 한산섬 수루에서 밤새 깊은 시름을 하며, 지형지물과 바다물길에 유리한 파옥선과 거북선을 이용하여, 철저하게 적을 이길 수 있는 곳으로 적을 유인해서 모두 이긴 것입니다. 그래서 현저하게 적은 군력으로도 대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호랑이들을 모두 바다 속에 수장시킨 격이니 엄청난 일이었죠. 이것이 바로 조호이산의 계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팀장의 자세한 설명에도 사람들은 그가 왜 갑자기 이 말을 하는지 쉽게 연관 지을 수가 없어 여전히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신팀장은 그들을 바라보며 결국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말하였다.     “그러니까…. 소비자가 호랑이고 알콜이 바로 우리가 싸울 곳입니다. 소비자의 나쁜 의견이 무섭고 두려워 피하지 말고 소비자를 우리의 전쟁터 속으로 끌여 들이자는 것이죠. 여긴 일반 화장품 시장이 아니어요. 피부에 여드름이 나서 고생하는 특수한 시장이에요. 화장품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야합니다.  우리는 알콜로 승부합니다. 물론 여드름에 좋은 원료가 당연히 들어가죠. 하지만 우리가 호랑이를 잡을 전쟁터의 무기는 알콜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러니 알콜을 강하게 넣읍시다. 어떤 화장품도 이런 적이 없다고 하듯이 아주 강하게 넣어 봅시다.”     “하지만 여드름 심한 사람만 타겟으로 하면 시장이 너무 작을지도 몰라요. 여드름이 약한 사람도 있고, 여드름은 없지만 피지분비가 너무 심한 예비자들도 있어요. 이들을 다 잡지 못하면 여드름이란 국한된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기 쉽지 않아요. 저는 여드름이 심하진 않지만, 피지가 많은 편이라 자꾸 트러블이 나서 고민이거든요. 저같은 사람들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허진희가 중요한 말을 해주었다.     “좋은 의견이어요. 나도 매번 고민했던 점입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라인을 두 개로 나눕시다. 하나는 심한 피부용으로 지금의 디자인인 주황색을 그대로 따르고, 다른 하나는 알콜이 적게 들어간 약한 것으로 용기의 그래픽 칼라를 바꿔서 두 개의 품목 라인으로 구성된 전문 여드름 화장품이죠. 일타쌍피~! 두 개를 동시에 잡아 봅시다. 분명 여드름에 좋다고 하면 잠재 소비자인 피부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까지도 엄청 몰려 올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말 필요 없어요. 오직 하나 여드름을 해결해주는 에이솔루션, 그것 하나면 됩니다.”  신팀장의 의견에 모두들 대찬성을 하며 길지만 의미 깊은 회의를 마쳤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여드름 프로젝트는 그대로 에이솔루션이라는 브랜드 네임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 계 속 – ———————- “General Yi Sun-sin only engaged in battles he was certain to win. Even when Japanese forces mocked him as a coward and provoked him, he avoided any confrontation he deemed unwinnable. At the lookout on Hansan Island, he spent the night in deep contemplation, utilizing the terrain, tidal currents, and strategically deploying … Read more

인식의 싸움 100. 여드름화장품 (6) 병법 36계: 조호이산 [Battle of Perception 100. Acne skincare (6)]

“휴… 그러게 말이에요. 약이라면 부작용이 생겨도 바로 의사가 처방해 줄 수 있으니 문제가 아닐테지만…. 화장품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일단 화장품 원료로 되는 것들은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다 바꿨어요. 그리고 약으로는 과량을 써도 화장품 고시 기준에 과량을 쓸 수 없는 것들은 기준 한도 내에서 최대 용량을 처방했고요. 문제는 알콜입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이 알콜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고 하세요.”     “그건 R&D에서 잘 설득해 보세요.”  “여러 번 말씀 드려봤지만 전혀 들으려고 생각하지를 않으세요.” “그럼 알콜을 최대한 얼마까지 넣을 수 있을까요?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반대로 줄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 보면 되잖아요.”  “그래도 너무 줄이면 어차피 효과도 떨어져요. 향기도 좋지 않고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     “그러면 반대로 생각합시다. 지난 번 M&C 개발 때도 얘기한 바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들 생각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생각이어요. 우린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여드름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알콜성분이 많다 적다가 아닙니다. 그들은 그런 성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요. 조사결과 그들은 대부분이 화장품을 사용하면서도 여드름 증상이 호전되기를 바랄뿐이어요. 그걸 위해서는 알콜의 거부감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우리 싸움의 상대는 경쟁사가 아니라 바로 소비자들의 인식 바깥 쪽에 설치되어 있는 굵고 높은 장벽입니다. 우린 그 장벽을 뚫고 우리의 콘셉트와 브랜드 네임을 인식 속으로 심어 놓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우린 이점에 항상 집중해야 해요.  따라서 남들이 모두 알콜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우린 반대로 알콜을 대폭 넣어 봅시다. 그리고 수 십 년간 대학병원에서 여드름 환자를 치료해 온 교수님의 처방과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소비자들의 인식의 장벽을 뚫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게 우리가 해볼만한 대단한 일 아닙니까?”     “팀장님,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할 수도 있지 않아요? 면도 후 바르는 남성용 스킨로션에도 알콜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지 않아요.”   박대리가 우려의 말을 하였다.  “그럼 몇%가 좋겠어요? 휴~ 여러분 이 대목에서 또 옛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신팀장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이라도 하는 듯…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병법 36계에는 조호이산(調虎離山), 즉, 산중의 호랑이를 산에서 떠나게 하는 계략이 있습니다. 산속에서 호랑이를 잡는 일은 무섭고 위험한 일이지만, 막상 호랑이를 평지에 내려오게 하면 훨씬 처치하기가 쉬워지죠. 싸움을 내게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장 잘한 분이 누군 줄 아십니까? 우리나라의 유명한 장군이시죠.”   순간 김유신장군부터 이순신장군까지 역사책 속 유명한 장군 이름들이 여러 명 튀어 나왔지만, 왜 그인지 이렇다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시죠. 이순신 장군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만 그분의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 이순신장군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왜군과 싸워 23전 23승이라는 전사에 길이 남을 전승의 기록을 남기며 조선을 지켰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한 번도 지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신팀장은 좌중을 돌아보며 잠시 기다렸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자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계 속 – ——————— “Whew… Exactly. If it were a drug, even if there were side effects, a doctor could prescribe something immediately, so it wouldn’t be a problem. But with cosmetics, that’s not possible… So what can we do?” “I’ve replaced everything that could be switched to cosmetic-grade ingredients. And for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9. 여드름화장품 (5) 에이솔루션 프로젝트. [Battle of Perception 99. Acne skincare (5) A-Solution Project]

신팀장은 브랜드 론칭 품의를 다시 한번 민상무에게 가져갔다. 처음 그에게 계획안을 올렸을 때부터 수 차례 거절을 당하며 더욱 구체화 되고 더욱 완성된 실행계획이었다. 아직 브랜드 네임은 정해져 있지 않아 대학 피부과 교수의 실제 여드름 치료 처방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던 이름인 b-Solution에 착안해서 여드름의 영문자인 아크네(Acne)의 이니셜만 따온 에이솔루션(A-Solution)이란 가칭의 프로젝트 이름만 있을 뿐이었다.       “민상무님, 에이솔루션 론칭 품의 입니다.”  신팀장이 결재판을 내밀며 민상무 앞에 품의서를 가지런히 내려 놓자, 민상무는 대뜸 한숨을 크게 내려 쉬었다.   “신팀장, 너도 참 끈질긴 놈이다. 나는 진짜 이곳에 내 싸인을 하기 싫으니 그냥 나를 뛰어 넘어 바로 사장님께 결재 받아라. 이건 어차피 회사 차원에서 하기로 결정된 것 아닌가?”  “아닙니다. 상무님 싸인 없이 어찌 일이 진행되겠습니까? 전 상무님 싸인을 꼭 받고 하고 싶습니다. 제발 싸인해 주세요.”     민상무는 머뭇하며 한 순간에 그려나가는 그의 흔쾌하고 멋진 싸인을 차마 하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는 싸인을 하고 말았다.  “자네 진짜 자신 있나? 이걸 성공시킬 수 있겠냔 말이야?”  “네. 할 수 있습니다. 상무님, 믿어주세요.”   “그래. 다시 한번 믿어 보겠네. 어차피 자네가 받은 예산 내에서 자네가 결정하고 쓰는 일이니, 자네 마음대로 한번 해보게나.”  “네. 상무님. 걱정마세요. 꼭 성공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에이솔루션 프로젝트는 민상무의 동의 하에 비로소 진행될 수가 있게 되었다.     TFT가 다시 뭉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기능성화장품이었기에 R&D의 연구원만 기초 수석연구원인 강과장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이미 디자인도, 내용물 개발 방향도 모두 밑그림이 그려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여드름 치료에 대한 강력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했다.     “디자인은 그대로 빨리 목업부터 만들면 되겠고, 동시에 미리 개발팀에서 설계 검토를 하기 바래요.”  신팀장의 말에 다시 뭉친 TFT멤버들의 눈에는 이미 성공이나 한 사람들처럼 잔뜩 힘이 넘쳐 흘렀다.  “문제는 R&D인데… 강과장님 교수님 처방전을 받아 보니 어때요? 화장품으로 전환이 되겠어요?”     “이건 알콜이 너무 심해 쓸 수가 없어요. 일정 기간만 쓰는 약이라면 괜찮지만 장기간 매일 쓰는 화장품으로 사용하면 피부에 문제가 생깁니다.”   강과장의 대답에 신팀장은 화장품 개발에는 뭐든 하나라도 순조롭게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계 속 – —————— Team Leader Shin brought the brand launch proposal once again to Executive Director Min. Since he had first submitted the plan, it had been rejected multiple times, which only led to a more detailed and refined execution plan. The brand name had not yet been finalized. The project was tentatively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8. 여드름화장품 (4). [Battle of Perception 98. Acne skincare (4) ]

 “일단 상무님이 반대하시더라도, 난 이 프로젝트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좀 더 우리가 조사 분석하고, 어떻게 약사법의 규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서 다시 상무님께 제안해 보면 좋겠어.”   “하지만 팀장님, 우린 너무 바빠요. 상무님이 반대 하시면 인원 증원도 없을 것이잖아요.”  허진희가 앞으로 또 고생문이 훤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 그건, 내가 다시 풀어볼게. 몇 일 전에 신입사원 한 명을 받기로 했어. 올 해 M&C 계획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허락 받았거든. 토익이 900점이 넘고 서울대 출신이라는데…. 휴~ 그런 친구가 우리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할지도 모르겠고, 도움이 될지 짐이 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니, 그냥 좀 경력자로 받으면 안될까요? 영업지원부 김우진 같은 친구면 좋을텐데…. 팀장님, 지금 우리 팀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요.”   “박대리, 그렇잖아도 내가 상무님께 말을 안 한 게 아냐. 근데 영업 출신은 더 이상 절대로 안 받으시겠단다. 내가 영업 출신인 것도 못 마땅해하고 계신데 말이야. 지금 갑자기 매출이 커지는 바람에 다른 팀들도 사람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그러다 그나마 신입사원 한 명이라도 못 받을지 모르니, 줄 때 그냥 받는 게 장땡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단 진희씨는 신입사원과 같이 M&C 기초라인을 계속 맡아서 해주고, 박대리가 나랑 같이 여드름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자.”   “아니, 팀장님~. 저도 남성용 제품도 해야 합니다. 한가한 게 아니라고요.”  “박대리~, 아니 성준아~ 네가 좀 도와주라~”  신팀장이 호칭을 떼고 오랜만에 성준이라 이름을 부르자, 박대리도 갑자기 뭐라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만 3년을 동고동락하며 지내왔던 신팀장이었기에, 이 점에서는 그도 더 이상 거역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네… 알겠다고요. 참 내~ 항상 나만 동네 북이야…”  “그리고 이전 TFT 멤버들을 모아서 비공식적으로 함께 회의 한번 하자. 내가 한턱 쏜다고 하고… 알았지?”   그 후로도 신팀장은 여러 아이디어를 내서 여드름 화장품 출시 안을 민상무에게 올렸으나, 민상무의 고집을 깰 수가 없었다. 여드름 피부를 가진 소비자의 가장 큰 고민은 피지, 즉 피부의 기름기이다. 그런 기름기가 남들보다 과하게 분비되면 피지가 피부 노폐물과 함께 모공을 막게 되어, 나중에는 세균이 번식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여드름이기 때문에, 여드름 화장품의 출시 적기는 늦어도 5월부터 여름시즌 더위를 겨냥해야 하지만, 민상무의 반대로 이는 물 건너간 일이 되어 버렸다.   신팀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그 해 초에 갔던 일본출장에서 여드름 화장품에 딱 맞는 디자인과 용기 콘셉트도 찾아왔고, 품목 라인도 모두 결정했으며, 심지어는 약사법을 피해 표현할 아이디어도 찾아놨지만, 민상무의 허락 없이는 제품개발에 착수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만 허비하며 이젠 포기해야 하나 하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때마침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던 유명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와의 산학협동이라는 안이 회사에 제시되었다. 신팀장은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여드름 화장품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법적으로 기업이 광고할 수 없다면, 대학연구의 성과로 풀어 나가면서 홍보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젠 여드름 화장품의 치유효과라는 논리적 근거를 대학병원의 임상을 통해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교수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가 바로 여드름이었기 때문에 일은 더욱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신팀장의 안은 무려 6개월 만에 허락을 받게 되었다. – 계 속 – ————— “Even if Executive Min is against it, I still believe we must go forward with this project. Let’s dig deeper into the research and analysis, and come up with ideas on how to work around the Pharmaceutical Affairs Act regulations before presenting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7. 여드름화장품 (3). [Battle of Perception 97. Acne skincare ]

신팀장은 그 후 일주일 동안 여드름 화장품을 포함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안을 꽤 공들여  만들어서, 민상무에게 보고 하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민상무는 그의 브랜드 전략 보고를 끝까지 들어 보지도 않고 중간에 그의 설명을 끊어 버렸다.     “신팀장, 이게 말이 되나? 여드름 화장품이라니? 어디 화장품으로 여드름이 치료된다고 생각해? 게다가 M&C에 여드름이 말이나 되나? 어디 브랜드 망칠 일이 있어?”   “아닙니다. M&C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됐네.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어. M&C든 아니든 여드름 화장품이란 건 말도 안돼. 약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상무님, 지금 이미 일본에서는 이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여드름이 기능성 허가가 되나? 화장품으로 여드름이 나아진다고 광고할 수가 있나?”  “아닙니다.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앞으로 저희가 할 일이죠.”   “국내에 여드름 화장품이 왜 없는지 알아? 바로 그런 법규 상의 문제 때문에 아무도 하지 않는 거야. 이 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 딴 생각하지 말고 지금 맡고 있는 M&C 기초라인이나 더 잘할 생각이나 하게.”   “상무님, 그래도 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됐네. 내가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그 보고서만 놔두고 가게. 나중에 볼테니.”  “네. 알겠습니다.”     신팀장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피력하지도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요즘 들어 민상무가 과거보다 고집이 더 심해진 것만 같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사람이 어찌 저리 금방 바뀔 수 있을까도 싶고, 아니면 원래 본질이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때는 그가 신팀장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는지도 몰랐다. 신팀장은 민상무의 방을 나오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자리로 돌아온 신팀장을 박대리가 강아지 마냥 쫄래쫄래 쫓아왔다.  “팀장님, 어떻게 됐어요?”  “잘 안 되었네. 내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셔.”  “네? 상무님이 팀장님 말을요?”  여지 것 신팀장 말이면 거의 모든 걸 OK했던 민상무였든지라 박대리도 꽤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그러게. 요즘 그분 뭔가 좀 변하신 것 같지 않니?”  “하긴… M&C 성공으로 상무님도 되시고, 각종 신문잡지에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인터뷰도 계속 실리시고… 요즘은 이 모든 게 본인 혼자 다한 것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게 팀장님도  인터뷰 좀 하라니까…. 맨날 뒤로 빼시니 모든 공이 다 상무님에게 넘어가잖아요.”    “에이… 그런 게 뭐가 중요해? 회사가 중요하고 일이 중요하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니까요~? 팀장님도 이젠 정치가 필요해요. 정치요.”     “정치고 나발이고 됐고~. 이거 여드름 화장품 말이야. 아무래도 상무님 반대로 쉽게 될 것 같지 않은데, 일단 우리끼리라도 준비해 보자. 그리고 더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때 다시 얘기해보자고.”  “어휴~ 좀… 그만 좀 하세요. 상무님도 반대하는데 우리끼리 해서 어쩌려고요?”   “진희씨랑 함께 미팅 좀 하자.”  “허진희씨~~”   신팀장은 박대리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바로 허진희를 부르며 회의실로 앞서갔다. – 계 속 – —————— Team Leader Shin spent the following week meticulously preparing a brand portfolio strategy that included acne skincare products and presented it to Executive Director Min. However, contrary to his expectations, Director Min interrupted the presentation midway without listening to the full explanation. “Team Leader Shin, does this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5. 여드름화장품 (1). [Battle of Perception 95. Product Portfolio Management ]

 “응. 이것이 나의 화두였어. M&C처럼 패션지향적인 제품엔 안티에이지 같은 기능성 제품이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야. 그 싸움터에 들어가면 우리가 질 것만 같아. 내 생각에는 도시감각적인 남성용, 젊은 층의 피부를 더욱 화사하게 해주는 내츄럴 스킨케어, 프레시한 느낌의 향수와 바디용품 등의 제품라인으로 확장해 온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이런 보편적인 이미지 제품의 개발은 이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선 브랜드를 벗어나 상품이 가지고 있는 힘이 부족해서, 계속 커지고 … Read more

인식의 싸움 94. 지피지기 백전불태. [Battle of Perception 94. The Art of War ]

“그래서 나는 몇 달 간 너희들이 제공해 준 국내외 시장 보고서를 검토해봤지만, 마땅한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어. 왜인지 알아? 그건 브랜드가 M&C였기 때문이야. M&C의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콘셉트도 한정되어 있다는 거야. 사실 아주 마음에 드는 게 있는데 말이야.” “어머~! 그게 뭔데요?”허진희가 궁금하다는 듯이 자리를 더욱 바짝 당겨 앉았다.   신팀장은 슬쩍 뜸을 들이다가 해외시장 보고서의 한 부분을 펼쳐 보여줬다. 그곳에는 아주 짧은 단신으로 지금 일본에서는 전문 여드름 화장품 시장이 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여드름 화장품이야.”“여드름이요?”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동시에 두 입에서 한 소리를 자아냈다.   “응. 자~ 여기 우리나라 기초화장품 시장 동향을 보면….”  신팀장은 팀원들이 수집해준 자료를 근간으로 해서 만든 국내 기초화장품 시장에서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간단한 맵을 노트북에 띄어 보여줬다.   “국내 기초화장품 시장은 이미 기능성 화장품 시대라 할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각 사에서 안티링클과 미백제품들이 엄청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 그런데 이런 제품들은 제품개발도 어렵지만 기능성 허가 받는 데만도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준비도 안된 우리가 당장 진입하기에는 너무 늦었단 말이야. 게다가 주요 고객이 젊은 층인 M&C에서 안티링클은 콘셉트적으로도 잘 어울리지가 않아. 미백은 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니?” 신팀장의 동의를 구하는 질문에 두 사람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   “자~ 그럼 우린 어디로 가야 할까? 전략이란 바로 이런 거야.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현재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고 난 다음에, 앞으로 우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을 정하는 거란 말이지. 손자병법 하면 떠오르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있잖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신팀장은 말을 끊고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백전백승(百戰百勝)~!”  “그러게…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러나 그건 잘못된 말이야.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이란 말이 없어.”  “네? 그게 없다고요?”   “그래 대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이 있지.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란 뜻이야. 흔히들 백전백승(百戰百勝)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야. 손자병법을 자세히 보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의 싸움에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고 해. 그리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는 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잘못 알고 아무렇게나 인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 그랬군요. 그 동안 진짜 전혀 몰랐어요.”박대리는 자신도 여지 것 잘못된 표현을 써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손자병법의 지형편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지피지기 승내불태(知彼知己 勝乃不殆), 지천지지(知天知地) 승내가전(勝乃可全)’이다. 즉, 적과 나를 알면 승리하는데 위태롭지 않고, 거기에 더해서 천시와 지리까지 안다면 온전한 승리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야.  이 말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하냐 하면, 바로 지리와 천시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환경을 분석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통제가능 하거나 불가능한 요인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거든. 그래야 드디어 온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전쟁터로 싸움을 옮길 수 있는 거야. 한 마디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라는 화두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거지.”    “팀장님, 엄청 고민 많으셨나 봐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허진희는 팀장의 자리가 저리도 힘든 것이란 걸 새삼 느끼는 것만 같았다. – 계 속 – —————– So I reviewed the domestic and international market reports you provided over the past few months, but I couldn’t find a suitable idea. Do you know why? It’s because the brand is M&C. M&C has such a strong brand … Read more

Challenge 83. 관점(11) 위기가 기회가 되는 생각 ③ 에이솔루션. [Perspective (11) Thinking that Turns Crisis into Opportunity ③ aSolution]

내가 애경산업에서 근무했을 때 출시했던 여드름 전용 화장품인 에이솔루션(a-Solution)도 마찬가지의 사례이다. 여드름이 치유된다는 컨셉의 화장품은 약사법 및 화장품법에 위반된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여드름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설사 제품을 출시하였다 해도 광고나 홍보를 자제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규제라는 위협요인이 너무 강했던 시장이었다. 애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겨울, 내가 여드름 화장품을 하겠다고 제안했을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