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싸움 43. 마케팅 정글 속으로 (6) 만천과해 [Battle of Perception 43. Into The Marketing Jungle (6)]

“네, 이사님, 저 그게…, 마케팅부 신대리입니다.”  “어? 근데 오늘 왜 참석 안 했지? 저리 가서 함께 하지 그래?”  “아닙니다. 일이 있어서 오늘은 좀…, 다음에 뵙겠습니다.”       신대리는 얼른 계산을 마치고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어쩌지를 못하며 도망 나온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얼떨결에 따라 나온 김대리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 참에 민이사님이랑 같이 한잔 하며, 얼굴 도장도 확실하게 찍지 왜 도망 나와요?”  “그러게, 김대리. 나도 잘 모르겠네. 내가 이팀장 때문에 점점 바보가 되가나 보다.”  김대리는 뭐라고 한말 더하려다 신대리의 표정을 보고는 하고 싶었던 말을 참고 말했다.  “그럼, 어디 다른데 가서 한잔 더할까요?”  “아냐, 오늘은 그만 집에 갈래. 내일 보자.”       신대리의 심각한 표정에 김대리도 알았다는 듯이 그를 더 이상 잡지 않고 발길을 돌리려다 다시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신대리님, 지난 번 제게 말씀 하신 것 있죠? 거~ 외~, 만천과해(瞞天過海)란 말이요. 저는 신대리님 했던 그 말이 꽤 인상 깊어서 인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만천과해~! 꼭 잊지 마세요. 오늘은 이만 들어가 쉬시고, 내일 다시 예전의 대리님 모습으로 만나길 바랄게요.”          그 말을 남기고 떠나는 김대리를 멍하게 바라보며, 신대리는 만천과해란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천자)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이 말은 당태종이 요동을 정벌하러 출전을 했을 때, 황제가 물이 두려워 바다를 건너려고 하지 않자, 장수인 설인귀가 배에 장막을 치고 연회를 베풀어서 천자인 당태종도 모르게 바다를 건넜다는 말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다른 사람을 자연스럽게 속여서 큰 일을 도모한다는 의미였다.         신대리는 한 달 전 김대리에게 그의 입장이 꼭 만천과해 같다고 하며 그 의미를 이야기 해준 적이 있었다.   “만천과해요?” 김대리의 질문에 신대리는 삼국지에 나오는 일화를 이야기 해주었다   “응. 당태종에서 유래된 이 말은 36계 중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 전략인데,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 장군 태사자(太史慈)가 아주 기묘하게 활용한 사례가 있어.”  “저도 삼국지는 읽어 봤지만 태사자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워낙 사람들이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유비 쪽의 인물만 잘 기억해서 그렇지 태사자도 매우 훌륭한 장군이야. 그는 특히 백발백중의 활쏘기로도 유명했지만, 전략에도 뛰어난 출중한 장군이었지.”        “그래서요? 태사자가 만천과해를 어떻게 했다는거죠?”  “태사자가 적군에 포위되어 성에 갇혀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는 매일 아침마다 성에서 나와 적이 보는 앞에서 유유히 활 쏘는 연습을 하고는 다시 성안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되풀이했어. 처음에는 이를 경계하던 적군의 정찰병들도 매일 되풀이되는 태사자의 모습에 나중에는 무심하고 안일하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성에서 활을 들고 나온 태사자는 갑자기 잽싸게 말을 타고 달려 적진을 홀연히 빠져 나가 버렸다는 거야.”        “그러니까, 적을 안심시켜 결국 의도하는 것을 해냈다는 말이군요?”  “바로 그 말이야. 이거 박성준이랑 얘기했을 때 보다 말이 금방 통해 좋네. 지금 나도 김대리랑 이렇게 자주 외근을 다니며 이팀장 눈에 띄지 않게 그를 안심시키며 제품개발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꼭 태사자 같다는 거지. 그러다 언젠가는 나도 태사자처럼 성을 빠져나갈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신대리는 만천과해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잊고 있었던 자신의 다짐을 새롭게 떠올리며, 오늘 어처구니 없는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매우 참담하였다. 자기도 모르게 이팀장이 사육하는 서커스 코끼리마냥 점점 패배자처럼 익숙해져 가고 있는 자신이 스스로도 한심스러웠다. 곧 있으면 새해가 다가 오겠지만, 그에게 새로운 한 해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오늘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몹시도 춥고 길게만 느껴지는 밤이었다. – 계 속 – ———– “Yes, Director, I… uh… I’m Assistant Manager Shin from the Marketing Department.”“Oh? But why didn’t you attend today? Why don’t you come over and join us?”“No, I have work to do today… I’ll see you next time.” Assistant Manager Shin hurriedly settled the bill and dashed out as if fleeing from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2. 마케팅 정글 속으로 (5) [Battle of Perception 42. Into The Marketing Jungle (5)]

마케팅부 내에서도 세 개의 팀과 디자인팀, 홍보팀, 소비자상담팀의 업무보고와 개인면담이 마치 회오리 몰아치듯 급박하게 진행되었지만, 신대리는 그 어디에도 속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치 이 조직에 있지만 없는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팀장은 신대리가 끼어들기 전에 민이사와의 끈을 확실하게 잡는 것이야말로 지난 번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1. 마케팅 정글 속으로 (4) [Battle of Perception 41. Into The Marketing Jungle (4)]

신대리는 포장개발팀 김대리의 도움으로 전반적인 신제품 개발과정과 절차에 대해 알 수는 있었으나, 주로 포장재 개발에 치우치다 보니 역시 BM의 도움 없이는 일이 여전히 힘들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소했던 포장재에 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만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그 동안 플라스틱은 다 똑 같은 플라스틱인 줄만 알았는데, … Read more

인식의 싸움 40. 마케팅 정글 속으로 (3) [Battle of Perception 40. Into The Marketing Jungle (3)]

김대리는 장시간 동안 아미앙떼의 개발 사례를 들며, 개발 과정에 있었던 얘기를 하였다. 김대리가 얘기하는 중간에 김대리 담당 업무가 아닌 부분은 친절하게도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며 보완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주변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는 걸맞지 않게 얘기가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되어서 그런지, 아마도 다른 손님들이 그들을 주의 깊게 봤다면, 신대리 쪽 좌석만 마치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을 … Read more

인식의 싸움 39. 마케팅 정글 속으로 (2) [Battle of Perception 39. Into The Marketing Jungle (2)]

평소 감자탕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신대리는 뒷 골목 감자탕집을 항상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지, 문을 열고 들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랴부랴 서둘러 나왔지만,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좁은 감자탕집은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신대리는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가 없어서, 들어서자 마자 누군가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면서 일부러 사람을 찾는다는 듯이 크게 두리번거렸다. 바로 그 때 기둥 옆 모퉁이에서 … Read more

인식의 싸움 38. 마케팅 정글 속으로 (1) [Battle of Perception 38. Into The Marketing Jungle (1)]

신대리는 이팀장을 대면하고 36계에 나오는 소리장도(笑裏藏刀)가 생각났다. 즉 이팀장은 가슴에 비수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상냥하게 상대방을 대하는 것만 같아 보였다. 아예 이팀장이 회사의 대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얼굴 보며 일하게 됐지만, 그 동안 너 때문에 힘들었고 난 지금도 네가 싫다는 등의 솔직한 마음을 보였다면 오히려 이팀장을 대하기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 만남이었다.

인식의 싸움 37. 사업개발팀 (15) M&C 브랜드 라이센싱 ⑫ 계약 체결 [Battle of Perception 37. Business Development Team (15) M&C Brand Licensing ⑫ Contract Signing]

미셸 리는 확실히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비지니스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수 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아온 경험으로 M&C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큰 성공을 하리라는 동물적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녀는 사업개발팀원들의 열정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다른 어떤 일들 보다 우선적이고 적극적으로 M&C에 매달렸으며, 그녀의 노력과 협상력의 결과로 M&C본사도 어느새 그녀의 열정을 믿기 … Read more

인식의 싸움 36. 사업개발팀 (14) M&C 브랜드 라이센싱 ⑪ 36계 이도대강, 조삼모사 [Battle of Perception 36. Business Development Team (14) M&C Brand Licensing ⑪ ]

송팀장은 코 끝으로 흘러내린 검은 뿔테 안경을 왼 손으로 치켜 올리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쨌든 우린 이 조건으로 밀어 부쳐 보고, 그게 잘 안될 경우 차선책을 제시하는 걸로 합시다. 그런데 신대리, 차선 책은 어디 있나요?”“네? 아, 그게…. 지금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이 조정안을 어떻게 제시할지 몰라 고민 중이지만,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로열티 5%에 계약기간 5년은 … Read more

인식의 싸움 35. 사업개발팀 (13) M&C 브랜드 라이센싱 ⑩ 타초경사 – 로열티 제안 [Battle of Perception 35. Business Development Team (13) M&C Brand Licensing ⑩ The Proposal on Royalty – Striking the Grass to Scare the Snake]

그렇게 준비가 다 끝나갈 즈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셸리의 이메일이 늦지 않게 도착하였다. 이제부터 프랑스 측이 휴가 가기 전까지 사업개발팀 멤버들에겐 그들의 요구조건에 대한 회사의 프로포절을 만들고, 경영진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멀고도 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M&C의 요구사항을 검토해 보니 기대와는 달리 매우 부정적이었다. 계약 기간 3년에 미니멈 로열티(Minimum Royalty)는 2억원이고. 러닝 로열티(Running Royalty)가 … Read more

인식의 싸움 34. 사업개발팀 (12) M&C 브랜드 라이센싱 ⑨ NPV & PBP [Battle of Perception 34. Business Development Team (12) M&C Brand Licensing ⑨ NPV & PBP]

이렇게 투자금의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해서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야, 지금 현재의 투자비용과 같은 시점으로 비교할 수가 있겠지? 즉, 현재 투자한 금액으로 사업을 해서 미래에 수익으로 들어오리라 예상되는 현금을 IRR(내부수익률)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길게 얘기해왔던 미래 수익에 대한 기회비용을 차감한 현재가치(PV, Present Value)가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