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몇 달 간 너희들이 제공해 준 국내외 시장 보고서를 검토해봤지만, 마땅한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어. 왜인지 알아? 그건 브랜드가 M&C였기 때문이야. M&C의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콘셉트도 한정되어 있다는 거야. 사실 아주 마음에 드는 게 있는데 말이야.” “어머~! 그게 뭔데요?”허진희가 궁금하다는 듯이 자리를 더욱 바짝 당겨 앉았다. 신팀장은 슬쩍 뜸을 들이다가 해외시장 보고서의 한 부분을 펼쳐 보여줬다. 그곳에는 아주 짧은 단신으로 지금 일본에서는 전문 여드름 화장품 시장이 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여드름 화장품이야.”“여드름이요?”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동시에 두 입에서 한 소리를 자아냈다. “응. 자~ 여기 우리나라 기초화장품 시장 동향을 보면….” 신팀장은 팀원들이 수집해준 자료를 근간으로 해서 만든 국내 기초화장품 시장에서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간단한 맵을 노트북에 띄어 보여줬다. “국내 기초화장품 시장은 이미 기능성 화장품 시대라 할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각 사에서 안티링클과 미백제품들이 엄청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 그런데 이런 제품들은 제품개발도 어렵지만 기능성 허가 받는 데만도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준비도 안된 우리가 당장 진입하기에는 너무 늦었단 말이야. 게다가 주요 고객이 젊은 층인 M&C에서 안티링클은 콘셉트적으로도 잘 어울리지가 않아. 미백은 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니?” 신팀장의 동의를 구하는 질문에 두 사람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 “자~ 그럼 우린 어디로 가야 할까? 전략이란 바로 이런 거야.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현재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고 난 다음에, 앞으로 우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을 정하는 거란 말이지. 손자병법 하면 떠오르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있잖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신팀장은 말을 끊고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백전백승(百戰百勝)~!” “그러게…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러나 그건 잘못된 말이야.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이란 말이 없어.” “네? 그게 없다고요?” “그래 대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이 있지.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란 뜻이야. 흔히들 백전백승(百戰百勝)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야. 손자병법을 자세히 보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의 싸움에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고 해. 그리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는 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잘못 알고 아무렇게나 인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 그랬군요. 그 동안 진짜 전혀 몰랐어요.”박대리는 자신도 여지 것 잘못된 표현을 써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손자병법의 지형편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지피지기 승내불태(知彼知己 勝乃不殆), 지천지지(知天知地) 승내가전(勝乃可全)’이다. 즉, 적과 나를 알면 승리하는데 위태롭지 않고, 거기에 더해서 천시와 지리까지 안다면 온전한 승리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야. 이 말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하냐 하면, 바로 지리와 천시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환경을 분석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통제가능 하거나 불가능한 요인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거든. 그래야 드디어 온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전쟁터로 싸움을 옮길 수 있는 거야. 한 마디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라는 화두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거지.” “팀장님, 엄청 고민 많으셨나 봐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허진희는 팀장의 자리가 저리도 힘든 것이란 걸 새삼 느끼는 것만 같았다. – 계 속 – —————– So I reviewed the domestic and international market reports you provided over the past few months, but I couldn’t find a suitable idea. Do you know why? It’s because the brand is M&C. M&C has such a strong brand … Read more